양웅철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담당 부회장(오른쪽)과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자동차 디자인총괄사장이 22일 김포항공산업단지에서 신형 그랜저를 소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양웅철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담당 부회장(오른쪽)과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자동차 디자인총괄사장이 22일 김포항공산업단지에서 신형 그랜저를 소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5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온 현대자동차의 준대형 세단 신형 그랜저가 사상 최초로 내수 판매 1위를 노린다. 차급을 뛰어넘는 편의사양과 경쟁력 있는 가격, 혁신적 디자인을 앞세워 수입차 소비자까지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 출시를 계기로 떨어진 내수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연 10만대 판매 정조준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22일 경기 김포공항산업단지에서 열린 그랜저 공식 출시 행사에서 “경기 침체 등으로 내수시장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현대차의 사전계약 기록을 갈아치운 신형 그랜저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30~40대 청년층과 4000만원대 수입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를 공략해 내년 내수시장에서 그랜저를 10만대 팔겠다”고 말했다.

출발은 좋다. 지난 2일부터 21일까지 3주간 사전 판매에서 2만7491대의 계약이 이뤄졌다. 사전계약 첫날인 2일에는 1만5973대 계약을 기록해 2009년 YF쏘나타가 세운 1만827대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기 부진 여파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국내 시장에서 10만대 넘게 팔리는 차종이 나오기 쉽지 않다”며 “내년에 그랜저가 목표를 달성하면 준대형차 최초로 국내 시장 베스트셀링카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9%로 2000년 현대차그룹 출범 이후 처음으로 40% 아래로 내려갔다. 올해는 10월까지 35.9%로 더 내려갔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 투입으로 내년엔 다시 40%를 회복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랜저는 가솔린 2.4와 3.0, 디젤 2.2, 3.0 LPi 등 총 4개 라인업으로 우선 출시됐다. 내년 상반기에 가솔린 3.3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가격은 3055만~3870만원이다. 액화석유가스(LPG) 모델인 3.0 LPi는 2620만~3295만원이다.

◆개선된 성능과 디자인으로 승부수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 전 모델에 아홉 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적용하고 운전석과 동승석에는 탑승자의 몸무게와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을 감지해 에어백 전개 여부를 결정하는 ‘어드밴스트 에어백’을 넣었다.

구형 그랜저의 6단 자동변속기보다 단수가 높은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해 동력 성능과 연비를 끌어올렸다. 가솔린 3.0 모델은 최고출력 266마력, 최대토크 31.4㎏·m의 힘을 자랑한다. 복합연비는 L당 10.1㎞(구연비 10.5㎞)에 달한다.

디젤 2.2 모델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m의 엔진 성능을 갖췄다. 연비는 동급 차량 최고 수준인 L당 14.8㎞다.

디자인과 차체 강성(비틀림을 견디는 힘)도 대폭 개선했다. 고온·고압으로 가공한 ‘핫스탬핑’ 부품을 기존보다 3배 확대해 차체 평균 강도를 34% 올렸고, 결합력을 강화하는 구조용 접착제를 기존보다 9.8배 추가해 차체 강성을 23.2%가량 개선했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동급 최고 수준의 차체 강성으로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할 것으로 기대된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은 “현대차만의 헌치라인(측면 앞좌석 창문 밑에서부터 뒷좌석 창문 밑까지 부각된 선) 등 몇 가지 라인만으로 먼 거리에서도 신형 그랜저라는 것을 알아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형 그랜저는 이전 모델보다 길이와 폭이 각각 10㎜, 5㎜ 커졌다.

김포=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