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체 책 판매량에서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중에서도 시집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소설가 한강 씨의 맨부커상 수상,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힐링 욕구’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문학책 판매량 7년래 최고치

팍팍한 삶 기댈 곳은 역시…문학책 판매 7년 만에 최다
22일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이 서점의 전체 책 판매량에서 문학이 차지한 비중은 17.9%였다. 2010년 이후 최고치다. 문학책 판매 비중은 2009년 19.8%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 14.0%까지 떨어졌다.

해외 문학에 대한 관심은 줄었지만 국내 문학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올 들어 1월1일부터 지난 21일까지 해외 문학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줄었다. 이에 비해 국내 문학 판매량은 68.3% 늘었다. 분야별로는 시집 판매량 증가가 눈에 띈다. 올해 시집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4.4% 증가했다. 에세이도 57.7%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설 판매 증가율은 31.6%였다.

가장 많이 팔린 문학책은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수오서재)이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창비)가 2위,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 1》(해냄)가 3위에 올랐다. 시집 중에는 윤동주 유고시집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소와다리)가 가장 많이 팔렸다.

출판사와 작가들은 이런 추세를 타고 앞다퉈 새 작품을 내놓고 있다. 예스24 관계자는 “2014년 이후 새 문학작품을 내는 걸 꺼리는 분위기였는데 지난해 말부터 신작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준 황인찬 오은 등 20~30대 청년 시인의 작품이 특히 많이 나온다”며 “이들의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는 사람도 20~30대로 청년층이 문학작품 생산과 소비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문학에서 팍팍한 삶 위안 얻어”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이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1~10월 전체 문학책 판매량을 100%로 놨을 때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시기는 한씨의 수상 소식이 알려진 5월(12.1%)이었다.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예스24에서 5월 넷째 주부터 7월 둘째 주까지 8주 연속 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문학책 판매는 유행의 영향을 많이 받아 한 작가의 작품이 주목받으면 다른 작품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는 경향이 있다. 시는 소설에 비해 길이가 짧기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단문’에 익숙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최근 들어 20~30대 젊은 독자층이 시집을 많이 사는 현상이 눈에 띄는데 이들은 취업난을 겪거나 겨우 취직해도 빡빡한 회사 생활로 삶의 여유를 갖지 못하는 세대”라며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시어를 많이 사용하는 요즘 시들이 젊은 독자에게 호소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이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복잡하고 힘든 삶 속에서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문학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