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선물 가격이 헤지펀드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 공약에 따라 구리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을 낳고 있다.

지난 18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내년 3월 인도분 구리 선물은 파운드당 2.478달러에 마감했다. 한 달 새 18% 오른 수치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9월 이후 구리 재고량이 32% 줄고, 트럼프 당선자가 인프라 투자를 국정 우선순위에 두면서 최근 오름새가 가팔랐다”고 설명했다. 구리는 주로 건물에 들어가는 각종 파이프와 전선을 만드는 데 쓰인다.

구리값 상승을 주도한 것은 헤지펀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15일 기준 헤지펀드가 선물과 옵션에서 구축한 순매수 포지션은 총 7만546계약이었다. 1주일 전보다 19% 늘었고, 올 들어 최대 규모였다. 구리값이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미국 구리 채굴업체인 프리포트맥모란의 주가도 미국 대선 이후 14% 올랐다.

모두가 구리값 전망을 밝게 보는 것은 아니다. 리처드 애드커슨 프리포트맥모란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인프라 투자가 구리값을 밀어올리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세계 구리 수요는 중국에 달렸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은행도 부정적 인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3개월 후의 구리값 전망치를 50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주 전망치인 t당 4300달러보다는 높지만 현재 시장가인 5446달러보다 낮은 것으로 구리값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시각을 반영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