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엊그제 미국산 원유 100만배럴을 수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도입한 원유는 미국 텍사스주 이글포드 광구에서 생산된 셰일오일(shale oil)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본토산 원유 수출금지 조치가 40년 만에 해제된 이후 첫 수입 사례다. 특히 미국이 최근 전략 수출품목으로 밀고 있는 셰일오일이 도입된 것도 처음이다. GS칼텍스는 수입처 다변화 차원의 결정이지만, 한국으로서는 본격화하는 미국의 에너지산업 재편에 초기부터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갖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2년 연두교서에서 “우리는 100년을 쓰고도 남을 새로운 가스를 발견했다”고 밝히면서다. 본격적인 개발붐이 일었고 이는 에너지 원가 구조를 혁신했다. 소위 ‘셰일 혁명’이다. 미국이 중동에서 벗어나 세계 정책의 중심을 태평양으로 옮기고 있는 것은 그 결과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대상국들은 셰일의 수송루트로 해석해도 좋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전략적 판단 미스로 TPP에 끼지 못해 걱정하던 터였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셰일오일 수출을 본격화하는 초기에 민간업체 간 계약으로 셰일오일을 수입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은 일본 중국과 아시아 셰일 허브를 놓고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이다. 트럼프는 유세 때마다 정유·화학 등 전통 에너지산업의 규제를 풀고 셰일오일 등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또 화력발전 규제에 반대하며 석탄산업을 부활시키겠다고도 강조했다. “개발되지 않은 셰일오일과 천연가스 자원이 50조달러에 이른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더구나 트럼프는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에 매우 부정적이다. 지난 5월 공개 연설에서는 기후변화가 인간 책임이라는 견해를 ‘헛소리’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미국이 새로 판을 짜는 세계 에너지 헤게모니 재편 과정이 시작되고 있다. GS칼텍스가 이번에 셰일오일을 수입했고, 이보다 앞서 롯데케미칼이 지난 6월 미국 루이지애나에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에탄올을 분해하는 ECC 합작공장을 기공했다. 에너지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