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조5000억원어치의 국고채를 사들이기로 18일 결정했다.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시장 안정화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시중금리를 낮춰서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사전에 완화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금융협의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면 적극적으로 안정화에 나서겠다”고 시장에 미리 경고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가 일종의 구두 개입을 했는데도 채권 금리가 계속 뛰어 실제 안정화 조치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국고채를 대규모로 사들이면 국채값을 끌어올려 채권 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며 최근 들어 시장은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채권 금리가 뛰자 국내 국고채 금리도 최근 3거래일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23%포인트 오른 연 1.736%에 마감했다.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급격한 금리 상승을 견디지 못한 기관투자가들이 줄줄이 투매성 매물을 던지며 손절매가 손절매를 부르는 악순환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먼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몰아쳤을 때도 한은은 국고채 매입을 선택했다. 채권 금리가 급등하고 금융회사가 유동성 부족을 겪자 2008년 11월17일 한은은 1조원어치의 국고채를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 당일 채권 금리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조치는 공포감이 만연해 있던 채권시장의 투자심리를 어느 정도 개선하겠지만 극적으로 반전시키기엔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1조5000억원 규모가 예상보다 적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외환시장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원30전 상승한 달러당 1183원20전으로 마감했다. 지난 6월3일(달러당 1183원60전) 후 5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