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두산밥캣 상장에 성공하면서 박정원 그룹 회장의 숙원인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두산밥캣 상장으로 두산인프라코어에 당장 36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을 비롯해 그룹 전반에 9000억원가량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 유통되는 두산밥캣 공모 물량은 전체의 30%로 재무적투자자(FI)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의 지분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보유지분 상장으로 3673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8월 FI로부터 7050억원을 투자받으며 매년 투자금의 6.9%를 배당하기로 약정했다”며 “이번 상장으로 FI 보유지분이 매각됨에 따라 고배당 부담도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밥캣 지분가치 상승과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9000억원의 재무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 상장을 계기로 차입금을 줄여나갈 예정이다. 현재 차입금이 약 10조원인 두산그룹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약 6조원에 달한다. 계열사 중 재무적으로 취약한 두산인프라코어는 영구채, 회사채 등 9000억원의 사채 만기가 내년에 도래한다. 이 중 오는 23일 만기가 돌아오는 3억5000만달러(약 3900억원) 규모 해외사채는 차환발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나머지 5300억원 가운데 사모사채 2200억원도 차환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남은 차입금은 두산인프라코어 내 현금성 자산(6000억원)과 밥캣 상장 유입자금을 합쳐 갚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두산그룹 측은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자금조달 창구의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내년 금리 인상과 함께 경기침체, 자산가치 하락, 신용경색 등이 발생할 경우 채권 발행이나 은행권 대출도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