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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의 비타민 경제] 오늘 할 일을 왜 내일로 미룰까

입력 2016-11-16 17:28:40 | 수정 2016-11-16 22:01:48 | 지면정보 2016-11-17 A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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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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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금요일. 그런데 월요일에 시험을 본다는 발표가 났다. 고등학생인 나는 주말 동안 최소 12시간은 공부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금, 토, 일 사흘간 12시간을 공부에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12시간을 3일로 나눠서 하루 4시간씩 공부하려고 하니 바로 오늘이 불타는 금요일 ‘불금’이다. 그래서 불금인 오늘은 일단 하루 종일 놀고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하루에 6시간을 공부하자고 생각한다. 금요일의 즐거운 시간을 희생하지 않고도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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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금요일을 보내고 토요일에 늦게 일어나 보니 어제 금요일에 세운 계획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막상 토요일에 생각해 보면 화창한 토요일에 친구들과 야외로 놀러가는 것을 포기하고 6시간을 공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토요일에 마음껏 놀라고 만든 것이 바로 일요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토요일 아침에 나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6시간씩 공부한다는 금요일의 계획을 완전히 뒤집고 토요일은 하루 종일 놀고 일요일에 12시간 공부하는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에 당신은 금요일과 토요일에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억울해 하다가 제대로 공부도 하지 못하고 월요일 시험을 보게 되는 것이다.

많은 분이 공감하겠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가 공부나 일을 자꾸 미루게 되는 이유다. 경제학에 쌍곡선형 할인(hyperbolic discount)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위의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나는 한 명이 아니고 여러 명이다. 위의 예에서는 금요일의 나, 토요일의 나, 일요일의 나가 있는 것이다. 금요일의 나는 얄밉게 토요일과 일요일의 나에게 일을 떠넘기고 혼자만 즐기려 한다. 토요일의 나도 일요일의 나에게 일을 떠넘기는 것은 마찬가지다. 일요일의 나는 혼자 억울해 금요일과 토요일의 내가 세워서 일요일의 나에게 강요한 계획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다. 쌍곡선 이론은 모르더라도 우리는 미래의 나에게 계획 실천을 강요하기 위해서 학생 때는 독서실에 억지로 등록도 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헬스클럽에 한 달 치를 미리 내보기도 한다. 하지만 미래의 나를 이기는 방법은 당장 오늘의 나부터 공부나 운동을 시작해 모범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

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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