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트럼프노믹스 파장, 부동산 시장 골 깊어진다
올 2분기부터 건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50%를 넘어섰다. 건설투자 확대가 없었다면 경제성장률은 1%대로 추락했을 것이다. 지금부터 건설경기를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는 대단히 중요한 경제정책 과제다. 당초 내년 건설경기 전망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종합건설업체의 내년 수주액은 127조원으로 사상 최고였던 작년보다 약 30조원 줄어들 전망이다. 그래도 2010~2014년 평균 수주실적이 100조원 내외였다는 사실과 대조해 보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하지만 국내 정치의 혼란에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으로 내년 부동산시장과 해외건설시장은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감세를 약속했다. 이 같은 약속을 실행하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게다가 달러 강세나 북핵문제 및 국내 정치 혼란으로 외국 자본의 국내 이탈이 가시화된다면, 당장은 아니겠지만 우리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여기에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금융규제 강화, 입주물량 과다 등 내부 요인까지 감안해 보라. 내년 부동산시장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내년에는 중동 건설시장도 더 어려워질 것 같다. 트럼프는 재생에너지보다 석유·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선호한다. 미국의 석유·가스업계는 증산에 나설 전망이고, 공급 증가로 인한 추가적인 유가 하락이나 저유가 추세의 장기화가 예상된다. 석유 수출 의존도가 큰 중동 국가의 재정악화와 발주 축소 및 지연 등이 빈발할 수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추진해온 이란 사업도 트럼프 정부의 정책방향이 정해질 때까지 표류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트럼프가 1조달러나 퍼붓겠다는 미국의 인프라시장은 우리 건설업체에 ‘그림의 떡’일 뿐이다. 미국 공공공사 시공 실적이나 미국식 발주 방식 경험이 거의 없고, 미국시장 진출에 필수적인 설계·엔지니어링이나 건설사업관리 역량도 대단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내우외환의 시기에 정부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 정부도 통화정책에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등 재정정책으로 경기부양책의 무게중심을 옮겼으면 한다. 양적완화 같은 통화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주식과 부동산시장의 버블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그 성과는 골고루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부익부 빈익빈(富益富貧益貧)을 심화시켰다. 장기간에 걸친 양적완화로 소득계층 간 불평등이 심해지자 분노한 미국 중산층이 부패한 기성 정치권을 심판한 것이 트럼프 당선의 배경이라는 평가도 많다.

건설투자 비중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자 한다면 지역마다 산재한 노후 인프라의 성능 개선, 지진 등 재난재해 방지대책 수립과 실행 및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스마트도시 건설이나 도시 인프라 혁신작업의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미국 인프라시장 진출 등 해외건설 활성화를 위해서는 산업구조 개혁과 발주제도 혁신을 이뤄야 한다.

부동산경기가 과열되면 브레이크를 밟아주고, 침체되면 부양책을 쓰는 것도 정부 역할이다. 최근 2~3년간 부동산시장은 과열로 치달았지만 11·3대책 같은 규제조치는 다소 때늦은 감이 있다. 그 결과 최근 2년 사이에 인허가와 분양 물량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내년에는 올해에 이어 인허가와 분양 물량이 줄어들고, 매매가와 전세가도 마이너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년 하반기부터는 입주물량 급증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우리 부동산시장에서도 소득계층 간, 세대 간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 2015년 아파트를 구입한 55세 이상 고령층은 2011년에 비해 무려 57% 이상 늘었는데, 34세 이하는 16% 이상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이 같은 불평등은 경제적 차원을 넘어 정치적, 사회적 차원에서도 큰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자산보유의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선제적인 정책 대응도 필요하다.

이상호 <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