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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자체가 선도한 '퍼블릭 아트'

입력 2016-11-13 18:47:23 | 수정 2016-11-14 09:17:51 | 지면정보 2016-11-14 A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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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현장 생생 리포트

15m 토끼부터 마을미술까지…공공미술의 진화
석촌호수에 설치된 '슈퍼문'에 관람객 600만명 찾아
'안양공공미술' 축제에 이어 조형아트 장터도 등장
기업은 고객 호감도 제고, 지자체는 도시브랜드 효과
신세계그룹이 지난 9월 개장한 스타필드 하남에 공공미술 ‘자이언트 래빗’을 설치했다.기사 이미지 보기

신세계그룹이 지난 9월 개장한 스타필드 하남에 공공미술 ‘자이언트 래빗’을 설치했다.

아르헨티나 미술가 아드리안 비샤르 로하스는 지난달 진흙으로 디자인한 돔 형태의 가마새 둥지 100여개를 안양 시내 곳곳에 설치했다. 인공 건축물까지 활용해 자신의 보금자리를 짓는 이 새의 서식 습관을 면밀히 관찰해 제작한 이 작품은 자연친화적 공공미술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공공미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공공미술은 기업의 건물주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가 주체가 돼 여유있고 품격 높은 삶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일정 공간에 예술의 향기를 불어넣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들어 전통 조각이나 회화에서 벗어나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는 조형물부터 초대형 캐릭터, 건물 외벽의 디지털 캔버스, 주민 참여형 작업, 시민 체험형 작품에 이르기까지 대중의 호응을 이끌 수 있는 방식으로 급변하고 있다. 기업은 작가의 이색 작품을 설치해 소비자의 호감도를 높이고, 지자체는 시민에게 색다른 예술적 경험을 제공해 ‘도시 브랜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미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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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시내에 새 둥지 80~100개 설치

잠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송파구와 함께 지난 9월 잠실동 석촌호수에 지름 20m, 높이 18m의 초대형 ‘슈퍼문’을 설치해 한 달 새 관람객 600만명을 끌어모았다. ‘슈퍼문’은 미국 아트그룹 ‘프렌즈 위드유’가 마법, 행운, 우정에 관한 긍정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목표를 갖고 20~40㎝ 섬유 원단 300여장을 일일이 바느질로 붙여 제작한 설치미술이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꼬박 1년 걸린 이 작품은 공공예술의 대중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세계그룹은 9월 경기 하남시에 개장한 국내 최대 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 호주 출신 미술가 아만다 페러의 2~15m 크기 토끼 작품 ‘자이언트 래빗’을 미사대로변과 1층 실내 공간에 설치했다. 국내 처음으로 캐릭터를 활용한 공공미술이다. 도서관에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체험형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서울도서관은 지난달 ‘북 벤치’를 주제로 예술분야 전문 작가들이 제작한 작품 10점을 전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마을미술프로젝트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마을미술 프로젝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민과 지자체가 주체가 돼 지역의 문화적 자원을 활용하는 시민참여형 공공미술이다. 고택 등 전통 건축과 공존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유서 깊은 역사를 자양분 삼아 시민과 예술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결과물을 완성해낸다. 지난 6년간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93곳에 다채로운 미술문화 공간을 조성했다.

경기문화재단의 ‘예술이 흐르는 공단’ 프로젝트는 안산 반월공단을 비롯해 군포 SK벤티움, 파주 문발공단, 부천테크노파크 등 4개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미술을 가까이 접할 수 있게 했다. 2009년 서울스퀘어가 서울역 옛 대우빌딩 외벽에 설치한 세계 최대 디지털 캔버스는 공공미술로서 미디어아트의 역할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다음달 15일까지 안양공공예술 축제

공공미술이 소비자와 시민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자 세계 트렌드를 보여주는 축제와 조형아트 장터도 생겨났다. 다음달 15일까지 열리는 국내 최대 공공미술축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회화, 조형, 설치 중심이던 기존 공공예술을 영화, 패션,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한 최신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지난 7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국내 처음 열린 3차원 미술장터 ‘조형아트 서울’은 공공미술이 필요한 기업과 건물주, 지자체를 작가와 직접 연결해줬다.

신준원 조형아트서울 대표는 “올해 행사에는 공공미술에 관심있는 기업인, 지자체 인사 등을 포함해 2만여명이 다녀갔다”며 “내년 6월 두 번째 행사에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공공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는 위축

공공미술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면서 기존 조각과 회화 위주의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는 크게 위축되는 추세다. 2010년 총 897건에 달했던 건축물 미술장식 신고 건수는 작년 395건으로 급감했다. 생활문화 환경을 개선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조형물의 사후관리 부실, 리베이트 관행, 수준 낮은 작품 설치 등으로 호된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는 연면적 1만㎡ 이상의 공동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을 신·증축할 때 건축비 일정액(아파트 0.1%, 오피스빌딩 0.7%)을 미술품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1995년부터 건축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강제 조항으로 바뀌어 시행해오다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2011년에는 미술작품을 설치하는 대신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출연할 수도 있게 일부 조항을 바꿨다. 1995년 이후 20년간 건축주가 설치한 건축물미술작품은 1만4000여건에 달한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그간의 공공미술은 지역의 문화적 맥락과 동떨어진 조형물 중심이어서 공감을 얻기 어려웠다”며 “정서적 만족감을 유도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공공성을 획득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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