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이 추진해온 ‘은퇴자 출가제’와 ‘총무원장 직선제’ 논의가 사실상 무산됐다. 종단 혁신이 ‘말 잔치’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계종은 출가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10개월 동안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은퇴 출가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은 8일 중앙종회에서 난상토론 끝에 종헌 개정을 충족하는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기존의 ‘단기 출가’와 다를 게 없고, 의무와 역할은 있지만 출가자 교육이나 복지 혜택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종단의 혁신적 변화로 기대를 모은 총무원장 직선제 등 총무원장 선출 방식과 관련한 종헌 개정안 처리는 내년 3월 종회로 미뤄졌다. 직선제는 말 그대로 일정 법계 이상의 스님이 선거권을 갖고 직접 선거를 통해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것이다. 함께 논의되고 있는 ‘염화미소법’은 선거인단이 3명의 후보자를 추리면 종단 최고 어른인 종정이 이 중 한 명을 추첨으로 뽑는 방식이다. 현재는 각 교구가 뽑은 321명의 선거인단이 투표로 결정하는 간선제다.

직선제를 주장하는 직선선출제 특별위원회는 지난 8일 종회에 앞서 스님의 80%가 직선제를 지지한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달 전국 조계종 소속 스님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자의 80.5%(805명)가 직선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종회는 직선제특위가 종헌 개정안만 제출하고 종법 제정안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기 회기로 안건을 넘겼다. 선거법 개정 등 실질적인 개정 절차 과정이 만만찮다는 이유도 있었다. 교계에선 사실상 총무원장 선출제도 개편이 어려워 현행 간선제 방식으로 내년 10월 선거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직선제특위 위원장 태관 스님은 “이번 종회에서 종헌이 개정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직선제 도입이 어렵다”며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직선제특위도 위원 전원 사퇴를 결의했으며 임시방편으로 특위 위원인 덕조 스님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