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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기업들이 세금 외에 내는 준조세가 연간 20조원

입력 2016-11-11 17:02:46 | 수정 2016-11-11 17:02:46 | 지면정보 2016-11-14 S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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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부담금과 기부금 '눈덩이'
기업들은 돈 내고 수사 받고 규제 줄여 준조세 없애야
◆ 준조세와 기업 경영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불똥이 재계로 튀면서 관련 기업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한 53개 기업 관계자의 검찰 줄소환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청와대 요청에 마지못해 거액을 헌납하고도 마치 범죄자인 양 수사를 받게 됐다. “돈 뺏기고, 검찰수사 당하고, 정경유착 의심까지 받는데도 억울하다는 말 한마디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재계 고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11월 4일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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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기업으로 튀고 있다. 최순실 씨는 민간인 신분으로 국정에 간여하고 사적인 이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기업들은 최씨가 설립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기부했다. 청와대의 요청에 의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돈을 냈지만 이 때문에 수사 대상이 되고 여론 눈총도 받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 ‘문화 융성’ 돕기 위해 돈 냈는데 범죄자 취급”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은 53개사로 이들이 낸 출연금은 774억원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삼성 SK LG KT CJ 롯데 대한항공 등 웬만한 기업들이 다 포함돼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은 사실 확인 차원에서 이들 기업 관계자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2002년 대통령 선거자금 수사 이후 가장 많은 기업이 검찰 조사를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체육·문화 진흥을 위해 K스포츠와 미르재단 설립이 필요하다는 청와대 수석의 협조 요청을 모른 체할 수 있는 기업이 있겠느냐”며 “국세청 등 사정기관으로부터 어려움을 당할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이 두 재단에 돈을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말을 기업들이 공공연히 하긴 어렵다. 어떤 정치적 보복이 따를지 몰라서다.

준조세란?

기업들 입장에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은 일종의 세금으로 볼 수 있다. 세금은 국가가 나라살림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기 위해 거두는 돈으로, 반드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세금 부과(과세)의 요건과 조세 행정절차를 엄격하게 법률로 규정하도록 하는 원칙을 ‘조세법정주의(租稅法定主義)’라고 한다. 유명한 ‘대표 없이는 세금도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는 말이 바로 조세법정주의를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세금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세금과 같이 내야 하는 돈이 있는데 이를 준조세(準租稅, Quasi-tax)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보험료 △각종 부담금 △비자발적인 기부금 및 성금을 합해 준조세로 본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도 준조세다. 내기 싫고 안 내도 되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낼 수밖에 없는 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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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20조원 규모 … 법인세의 절반 수준

기업들이 작년 한 해 동안 이런저런 명목으로 낸 준조세는 20조원이 넘는다. 작년에 낸 법인세 45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지난해 정부가 부담금관리기본법에 따라 거둔 장애인고용 부담금 등 94개 항목 부담금은 19조1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기업이 낸 비중은 70%(13조4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정부가 팔을 비틀어 내는 돈과 사실상 의무화된 각종 기부금은 통틀어 6조4000억원이다. 여기에 기업이 부담한 국민연금이나 고용보험 같은 사회보험료(43조5000억원)를 보탠 ‘넓은 의미의 준조세’는 지난해 64조원에 이른다.

기업들이 정권의 관심 사업에 준조세를 내는 건 이번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만 해도 기업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774억원 외에 청년희망펀드 880억원, 지능정보기술연구원 210억원, 한국인터넷광고재단 200억원, 중소상공인희망재단 100억원 등을 내놨다. 모두 2000억원이 넘는다. 또 창조경제혁신센터 17곳 중 15곳을 대기업이 맡아 운영 중이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등 예전 정부 때는 준조세가 이보다 더 많았다.

게다가 기업에서 돈을 뜯는 ‘불량 시민단체’들도 적지 않다. 기업들을 감시하는 사회적 지위를 악용하는 곳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요 기업 225개사의 작년 사회공헌활동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전체 사회공헌활동 예산(2조9020억원) 중 31.7%인 9199억원을 시민단체(NPO)에 기부했다. 기업 스스로 추진한 사회공헌활동에 들어간 돈(8241억원)보다 많다. 시민단체 가운데는 본연의 역할을 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규제 많을수록 준조세도 많아져

기업들이 법에도 없는 준조세를 내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정권에 ‘찍히지 않기 위해서’다. 정부는 기업들이 이런저런 사업을 하는데 허가나 인가권은 물론 규제 권한을 갖고 있다. 만약 정권 눈밖에 나면 기업들로선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처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반대 급부’를 바라고 준조세를 낼 수도 있다.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따내는 조건으로 기부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전체주의이거나 규제가 많을수록 준조세는 불어난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준조세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정부의 규제 등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라며 “규제 철폐 등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정경유착 폐해를 없애는 첩경”이라고 강조했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예산으로 해야 할 일을 기부금으로 하려했던 게 문제의 발단”이라며 “정부의 재량적 판단이나 임의적 정책에 의해 국민(기업)의 재산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라 발전의 기초”라고 전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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