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이주열 한은 총재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셈법이 복잡해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미뤄지면 한은은 금리 인하의 시간을 벌게 된다. 하지만 자금 유출과 가계 빚 우려 탓에 추가 인하는 쉽지 않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상치 못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끝난 하루 뒤인 10일 한은은 분주했다.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터라 움직임은 긴박했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정책 자료에 새로운 정책 변수를 보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에 따라 향후 경기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 변수는 다음달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장 예측대로 이뤄지느냐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내 금리와 격차가 줄어들어 글로벌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한은의 금리 인하에 부담이 된다.

트럼프 당선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미국의 금리 인상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한은도 금리 인하를 좀 더 검토할 수 있다. 금리 인하 등 부양책에 대한 요구는 일부에서 여전하다.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는 데다 산업 구조조정으로 고용도 타격을 입고 있어서다.

대선과 별개로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다음달 단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가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이유 등에서다. 오히려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있어 금통위의 결정이 쉽지 않아졌다.

금리 인하의 장애물도 많다. 금통위원들은 저금리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해 왔다.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낮추면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채질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11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국내 통화정책은 오히려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다”며 “실물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지 않는 이상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금통위가 다음달 미국 통화정책을 지켜본 뒤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저성장이 계속될 경우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