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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 시대, 외교 · 안보 눈치보기 더는 안 통한다

입력 2016-11-10 17:36:09 | 수정 2016-11-10 22:13:18 | 지면정보 2016-11-11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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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70년을 규정해 온 세계질서가 하루아침에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국제정치·외교의 ‘게임의 룰’이 송두리째 바뀔 판이다. 새 질서의 태동이다. 블룸버그는 ‘서방 해체의 신호’라고까지 했다. 국제무대의 종속변수에 불과한 한국으로선 감당하기 쉽지 않은 변화다. 하지만 트럼프가 가져올 변화를 성급하게 쇠퇴로 간주한다든지 오판해서는 안 된다. 활용하기에 따라 위기는 곧 기회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하루 만에 트럼프와 통화한 점은 좋은 출발로 보인다. 후보 시절 트럼프의 고압적 자세나 국제정치의 냉혹함을 감안할 때 의미가 작지 않다. 통화 내용도 귀담아 둘 만하다. 트럼프는 “한국 방어를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동맹을 강화·발전시키자는 제안에도 “100%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물론 의례적 발언일 수도 있다. 후보 시절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를 줄곧 비판한 트럼프다. 미군주둔 분담금 증액을 거론하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토(NATO)까지 ‘낙후된 제도’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철저하게 주판알을 튕기는 비즈니스맨이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군사력을 토대로 협력하는 나라는 보상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속내도 가감없이 드러냈다. 사드 배치, 남중국해 등의 외교안보 이슈에서 우리도 확실한 선택을 요구받을 것이다. 경제 부문에선 거센 보호무역주의 공세가 점쳐진다. 당장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가 주된 타깃이지만 불똥은 언제든 한·미 FTA로 튈 수 있다. 표를 몰아준 ‘러스트 벨트’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한국 제조업과의 이해 충돌도 불가피하다.

새 질서를 허둥지둥 좇기보다 능동적으로 역할을 찾아내는 자세가 절실하다. 사드든 북핵이든 근거없는 낙관론이나 중간자적 태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오직 국익을 중심에 둔 냉철한 판단과 선택이 요구된다. 일본 독일은 벌써 정상회담을 거론 중이고, 러시아 중국도 발빠른 움직임이다. 눈치보기로는 국제질서의 엄중한 변화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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