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오디세이아' 쓴 호메로스,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었다?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저자는 고대 그리스 작가 호메로스다. 하지만 서양문학 최초·최고의 걸작을 남긴 그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많지 않다. 그의 비상한 기억력을 근거로 시각장애인 음유시인이었다는 추측도 있다. 레스보스 섬의 방언으로 호메로스의 뜻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조차 확인되지 않은 ‘전설’일 뿐이다.

“호메로스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호메로스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은 고전문학사에서 중요한 논쟁거리였다. 영국왕립문학협회 특별회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애덤 니컬슨이 호메로스가 서양 문화에 끼친 영향을 탐사한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출간한 이유다. 그는 이 책에서 욕망, 광기, 명예, 모험, 비극 등에 대한 해석과 문학, 역사, 고고학, 지리학, 신화학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서술을 담았다.

먼저 저자는 호메로스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었다는 가설에 더 큰 무게를 두고 호메로스에 얽힌 오해와 진실들을 파헤친다. 두 편의 서사시가 기원전 8세기가 아니라 훨씬 더 거대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던 기원전 2000년 전후 몇 세기에 걸쳐 생겨났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 영웅 서사시는 유라시아 초원지대의 영웅주의 문화와 지중해 동부의 중앙집권적 도시문화가 만나 초기 그리스 문명이 탄생하던 순간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두 가지 문화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국가와 영웅 중 무엇이 우선시돼야 하는가’ ‘인생은 변함없이 무한한 가치를 지닌 무엇인가, 아니면 그저 찰나의 순간일 뿐인가’ 등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것이다.

《오디세이아》 구석구석에서 인생에 대한 거대한 은유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다. 저자는 오디세우스를 ‘온갖 우여곡절을 겪는 인간’ ‘끝없이 고통을 겪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도 오디세우스는 단순한 희생양이 아니다. 그는 고통을 겪을지언정 절대 무릎을 꿇지 않기 때문이다. 유연성과 끝없는 활력이야말로 그의 미덕이다. 저자는 말한다. “오디세우스는 지중해가 아니라 한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욕망을 항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들은 저 멀리 있는 창조자가 아니고 우리 안에 있는 요소들이었다. 분별력의 결핍으로 인한 무자비함, 변덕스럽고 일시적인 흥미, 무심함, 시시때때로 튀어나오는 이기심, 이 모든 것들이.”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