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멀리봐야 볼 수 있는 '창조'…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라"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 그의 성과에 대해 과도한 칭송이 이어지자 겸손하게 말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뉴턴이 태어나기 500년 전에 이미 베르나르 사르트르가 “우리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선 난쟁이들과 같기 때문에 고대인들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멀리 볼 수 있다”고 쓴 글을 인용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이 말이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시작됐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거인’이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인류 역사 이래 있어 온 개념, 도구, 방법, 법칙, 원리 등의 ‘광대한 집합체’를 뜻한다는 점이다.

독일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은 1901년 최초의 노벨상을 수상했다. 뢴트겐은 X선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이것을 사진원리와 접목한 X선 사진을 발명했다. X선 사진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몸속 이상을 찾아내려면 수술이 불가피했다. X선 사진은 저렴한 비용으로 간편하게 인체 내부구조와 골격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치료는 물론 의학계 발전을 이끌었다.

X선 발견은 뢴트겐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다. 전자장치의 기반이 되고 있는 음극선관의 기원이 된 크룩스관과 가이슬러관, 보일의 공기펌프 기술이 없었다면 뢴트겐의 X선 발견은 불가능했다. X선은 수천년간 많은 사람들이 이뤄 온 발견, 발명과 그 원리들의 거대한 집합체 위에 뢴트겐의 발견과 아이디어가 보태져서 만들어진 것이다.

뢴트겐은 독일의 한 기업가가 찾아와 X선 특허를 제안했을 때 단호히 거절했다. X선은 앞서 연구한 많은 선배들의 업적 위에 작은 노력을 보탠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온 인류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특허 신청 거절 이유였다.

뢴트겐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새로운 창조를 이뤘듯 뢴트겐도 새로운 창조를 위한 거인의 어깨가 됐다.

창조는 가만히 있어도 마법 같은 영감이 스스로 찾아와 세상에 없던 것을 저절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창조 아이디어는 인류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창조물들의 원리와 지식에 대해 잘 알고 그것을 개선하려고 노력할 때 찾아진다.

콜라 한 캔이 세상에 선보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거인들의 어깨가 필요했는지 살펴보자. 인간의 갈증 해소를 위한 노력은 수렵생활을 시작했을 때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여행길에서도 물을 마시기 위해 인류는 1만8000여년 전 도자기를 발명했다. 2500년 전 페니키아 사람이 도자기를 이동하기 쉬운 병으로 발전시켰다. 그로부터 100년 뒤 한 영국인이 샘물에 민들레와 우엉 뿌리를 섞어 최초의 탄산수를 개발했다. 1770년대 말 스웨덴 트르베른 베리만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현재의 탄산수를 개발했고, 1783년에는 독일인 요한 야코프가 오렌지나 레몬을 섞은 탄산음료를 생산했다. 그리고 1865년 미국 조지아주의 약사인 존 펨퍼턴이 탄산수에 치료효과가 있는 콜라 열매와 코카나무 잎을 넣어 판매한 것이 우리가 마시는 콜라의 시작이다. 10년 뒤 소다수 점에서 널리 판매되던 탄산수가 보틀링이 가능해지면서 콜라를 가지고 다니며 마실 수 있게 됐다.

창조는 한순간에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창조는 오랜 역사를 통해 인류가 이뤄 온 지식과 원리들이 거대하게 축적된 거인의 어깨에 올라 탄 뒤 거기에 새로운 생각을 보탤 때 가능하다.

창조는 재능을 타고 난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하며 지금보다 나은 개선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혜숙 < IGM (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