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상승세를 타던 미국 경제에 다시 암운이 드리워질 전망이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지난 7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급격한 재정적자 증가, 부유층 세제혜택 확대, 실업률 증가를 가져오면서 2018년부터 미국이 심각한 불황에 빠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대규모 감세로 인한 국가부채 위기 가능성을 지적했다. 트럼프의 감세정책이 향후 10년간 약 9조5000억달러의 세수 감소로 이어져 재정적자가 4조4000억~5조9000억달러 추가로 늘어날 것이란 우려다. 또 소득 하위 20% 계층에 대한 감세 효과는 연간 128달러에 불과한 반면 상위 1%는 27만달러로 실질 소득이 17.5%나 증가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인세 인하에 따른 기업 투자와 수익 증가로 앞으로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이 0.69~0.8% 증가하고 180만~220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보수성향 단체인 ‘아메리칸액션포럼’은 이민자 관리 및 추방 등에 향후 20년간 최대 6000억달러의 비용이 필요하고 1110만명에 이르는 노동자 손실로 인해 실질 GDP가 1조600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관세 부과로 인한 수입품 가격 상승은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국산 자재를 사용하는 미국 제조업체에도 타격을 주면서 미국 소비자에게 연간 2500억달러의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옥스퍼드경제연구소도 트럼프 당선자의 보호무역주의로 2020년까지 미국의 일자리가 140만개 사라지고 물가가 3.5% 오르면서 실질경제성장률은 1.6%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업부문 종사자의 60%를 차지하는 불법체류 이민자를 대거 추방하면 농산물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실질적인 효과를 간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가 건전한 보수주의를 부정하면서 감세와 보호무역주의 등 경제적인 역효과만 예상되는 대중인기영합주의 공약을 남발한다는 점에서 ‘트럼피즘(트럼프노믹스+포퓰리즘)’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