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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너무한 준조세] 정부 예산 쓸 곳에 기업 동원…팔 비틀어 거둔 기부금만 연 6조원

입력 2016-11-07 18:16:06 | 수정 2016-11-08 01:07:14 | 지면정보 2016-11-08 A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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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성금 등 '자발적' 포장
재계 서열 순으로 기부금 내…삼성, 불우이웃돕기만 500억

법정부담금도 준조세…지난해 13조4000억 추산
"삥뜯기식 관행 없애고 준조세 항목부터 정비를"
“정권에 찍히면 검찰 수사나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돈을 안 내고 버티겠느냐.”(10대 그룹 임원)

“정부 예산을 투입해야 할 일까지 기업 금고를 털어 해결하려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한 경제단체 간부)

기업들이 정권 눈치를 보고 관행적으로 내온 준조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53곳의 기업이 ‘반(半)강제적’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 774억원을 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다. 두 재단은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설립과 운영을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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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기부금 상당액이 반강제

기업들이 내는 기부금은 대표적 준조세다. 자발적으로 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정권 눈치를 보고 내거나 압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내는 경우가 많다. 이번 정부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을 비롯해 세월호 성금, 평창동계올림픽 협찬금 등도 ‘자발적’인 것으로 포장됐지만 ‘반강제적’인 성격이 짙다는 시각이 많다.

태풍이 와도, 홍수가 나도 기업들은 돈을 내야 한다.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은 이제 공식이 됐다. 통상 삼성그룹이 기부금을 내면 재계 서열에 따라 일정한 비율로 돈을 내는 식이다. 삼성은 지난해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0억원을 냈다.

이처럼 기업들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법인, 문화예술단체 등에 낸 자발적 또는 비자발적 기부금은 작년 한 해 6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은 이렇게 돈을 내고도 되레 욕을 먹거나 검찰 수사까지 받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4대 그룹 임원은 “과거엔 정권의 요구로 돈을 내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던 적도 있지만, 요즘엔 정권에 미운털이 박히지 않기 위해 보험을 드는 측면이 강하다”며 “정부가 기업을 호구로 보는 이상 이 같은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부하기 어려운 정부 요구”

온갖 명목으로 설정된 법정부담금도 준조세로 분류된다. 특정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부과하는 조세 외의 금전 납부 의무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의 수입판매부과금 △신용보증기금 출연금 △장애인 고용부담금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등 항목만 94개에 달한다. 정부가 지난해 걷은 부담금 19조1000억원 중 일반 국민을 제외한 기업들이 낸 비중은 70% 이상인 것으로 재계는 추산하고 있다. 기업 부담금이 13조4000억원을 넘는다는 얘기다. 정부가 걷은 부담금 규모는 2011년 14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19조1000억원으로 4년 새 29% 늘었다.

강제성 채권도 기업 준조세 중 하나다. 각종 사업을 위해 등기나 인허가 등을 받을 때마다 국민주택(1종) 및 도시철도·지역개발 채권 등을 떠안아야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20조3000억원에 달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강제성 채권은 보통 환매하는데, 금리 차 등으로 손실을 보게 된다”며 “수십조원에 달하는 돈을 일정 기간 채권에 묶어놔야 하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손실액은 2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재계는 추산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삥뜯기’ 식 기부금 관행을 근절할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이 정부의 기부금 요구를 거부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정권과 정부에 을(乙)일 수밖에 없는 한국의 기업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기업들이 자발적인 기부금만 낼 수 있도록 ‘김영란법’ 같은 ‘기부 강요 금지법’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 준조세

조세 이외에 내는 금전적 의무. 통상 기부금과 법정부담금 등을 뜻한다. 넓게 보면 사회보장성 부담금(보험료)까지 포함된다.

■ 기부금

무상으로 내는 금품. 공익성에 따라 법정기부금과 지정기부금으로 나뉜다. 법정기부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지정기부금은 문화예술단체와 환경보호단체 등에 내는 것이다.

■ 부담금

부담금관리기본법에 따라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부과된 조세 외의 금전 의무. 세금과 달리 구체적인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

■ 강제성 채권

각종 등기나 인허가 등의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채권. 국민주택(1종)·도시철도·지역개발 채권 등이 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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