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준조세] 정권 바뀌어도 '수금'은 그대로…
각종 명분을 내세워 기업으로부터 돈을 걷는 일은 역대 정권마다 반복됐다. 과거에는 통치자금, 최근엔 국책사업 명목으로 기업으로부터 거액을 갹출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탄 테러’ 유가족 지원 명목으로 일해재단을 만들어 대기업으로부터 3년간 598억원을 거뒀다. 1988년 5공화국 비리 청문회에서 정권 실세가 재단 출연을 강제했다는 기업인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재단의 실제 목적이 전 전 대통령 퇴임 이후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각각 9000억원대와 50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통치자금은 잘못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 정치의 오랜 관행이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거둔 대표적 사례로는 2002년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트럭째 돈을 건네받는 수법으로 대기업으로부터 823억원을 갹출했다.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도 112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조성했다.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 이후 기업으로부터 노골적으로 정치자금을 걷는 관행은 상당히 사라졌다는 게 기업들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의 국책사업에 기업 돈을 동원하는 관행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건설, 녹색성장 등의 사업에 대기업을 대거 참여시켰다. 7000억원대의 동반성장기금, 총 2조원대 미소금융 재원도 기업으로부터 거뒀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880억원의 청년희망펀드를 조성했다. 창조경제의 핵심 사업인 창조경제혁신센터도 15개 대기업에 지역까지 할당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수많은 규제와 세무조사권, 검찰권 등 때문에 기업은 정부의 부당한 요구를 뿌리칠 수 없는 구조”라며 “기업의 진정한 사회공헌은 성실한 세금 납부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본 인식을 정부가 분명히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