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덕 부회장
하만덕 부회장
1986년 보험사에 공채로 입사해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매월 일정표를 짤 때 가장 먼저 달력에 표시하는 것이 바로 신입 FC(financial consultant) 교육 일이다. 새내기 FC를 대상으로 강의하는 시간은 한 달 중 가장 기다려진다.

이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일에 대한 사명감이다. 생명보험의 본질은 상부상조와 가족사랑의 실천이다. 그 본질을 지키기 위해 FC들은 따뜻한 종합자산관리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게 나의 소신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경험한 사례를 들려주곤 한다.

20년 전 직판(직접판매)팀에서 근무할 때다. 당시 보험에 부정적인 중소기업 경영자 한 분을 소개받았다. 그분은 계속 나를 피하고 어떤 말도 듣지 않으려 했다. 그런 그를 붙잡고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말했다. “사업가로서는 성공하셨지만, 한 가정의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이렇게 준비 없이 사시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다음날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에 돌아가 잠든 아이들을 보니 잠을 한숨도 이룰 수 없었다고 했다. 나는 정성을 다해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현재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설명했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로 안부를 묻는 소중한 인연이 됐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인천 부평지점장으로 부임했을 때 일이다. 당시 부평 지역도 자동차 회사가 부도나 경기가 매우 침체된 상황이었다. 그때 대형 보험사 여성 지점장이 내기를 걸어왔다. 1년 후 각자 지점 FC의 평균 소득을 재서 낮은 쪽이 막걸리를 사자는 것. 당시 우리 지점이 열세였지만 승부욕이 치솟았다. 이겨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니 열정이 생겼고,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일에 매달렸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우리 FC들의 소득은 두 배로 늘었고, 당연히 막걸리도 거하게 즐길 수 있었다. 20명의 FC가 일하던 지점은 4년 후 떠날 때는 150명으로 늘어났다. 리더 한 명의 열정이 주변을 온통 에너지로 채울 수 있음을 깨달았다. 자칫 고루할 법한 이런 내 이야기에 FC들이 집중해서 들어주는 것 같아 고맙다.

업계에서는 흔히 “성직자는 내세를 구하고 보험인은 현세를 구한다”고 말한다. 30년 일해 보니 맞는 말임을 깨달았다. 생명보험으로 좌절을 극복하고, 희망을 찾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FC들 역시 보험업이 귀한 소명임을 알고 사명감으로 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 했던가! 힘 빠지는 뉴스가 많지만 나부터 에너지 넘치게 살아가는 모습은 주변에 또 다른 희망이 된다는 것을 믿기에 오늘도 열정을 안고 힘차게 출근한다.

하만덕 <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affirmation01@miraeasse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