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러려고 OOO했나 자괴감 들고 괴롭다"…박 대통령 두 번째 담화 '패러디' 봇물
‘내가 이러려고 국민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 내용을 패러디한 문구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최순실 국정 개입 사건’에 분노한 민심이 이 같은 풍자로 분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두 번째 담화에서 “무엇으로도 국민들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고 말했다.

6일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내가 이러려고 OO 했나’라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내가 이러려고 직장인 했나 피로감 들고 괴로워” “내가 이러려고 취준생(취업준비생) 됐나 빈곤감 들고 괴롭다” “내가 이러려고 생방송으로 담화를 봤나”라는 식이다.

연예인과 작가 등 유명인들도 각종 패러디물을 내놓았다. 가수 이승환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이러려고 가수 했나… 팬들 앞에서 요딴 소리?!”라는 글을 올렸다. 코미디언 김미화 씨는 “내가 이러려고 코미디언을 했나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다. 정치가 이렇게 웃길 줄이야”라는 글을 게시했다. 소설가 김영하 씨는 “내가 이러려고 소설가 됐나 자괴감 들고 괴로운 나날”이라고 했다.

트위터를 이용하는 한 네티즌은 패러디물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실행한 뒤 몇 가지 내용을 입력하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방송된 뉴스 화면과 같은 사진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했나”를 넣으면 “이러려고 다이어트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라는 헤드라인이 장식된 방송 뉴스 화면이 형성되는 식이다. 배경 화면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지난 5일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도 대통령의 발언을 비꼰 패러디물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일부 시민은 ‘이러려고 대통령 뽑았나’ ‘내가 이러려고 국민 했나’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한 직장인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라는 발언을 보면서 사과의 진정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이 말을 듣고 화가 나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