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또다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대신 다음달 열리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Fed는 2일(현지시간) 이틀간의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연 0.25~0.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올 들어 일곱 차례 열린 회의에서 모두 동결 결정을 내렸다.

FOMC는 그러나 이날 내놓은 성명서에서 다음달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겠다는 힌트를 곳곳에 남겼다. 우선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가 강화되고 있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또 지난번 성명서에 담긴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으로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문구는 삭제됐다.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졌다는 문구가 추가됐고, 중기적으로 목표치인 2% 인플레이션율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는 다음달 금리 인상 확률을 78%로 전날보다 10%포인트 올렸다.

FOMC는 “목표치에 다가서고 있음을 나타내는 ‘추가(some)’ 증거를 기다리기로 했다”고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표결권이 있는 10명의 위원 중 2명이 인상에 손을 들었다.

월가는 고용과 물가 등 지표보다는 대통령선거 결과가 연내 금리 인상을 결정짓는 더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12월 금리 인상을 앞두고 열린 FOMC의 성명서에 ‘다음번 회의’라는 구체적인 시점이 언급됐지만 이번에는 없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Fed가 12월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지만 대선 결과에 따라 발생할 수도 있는 금융 긴축을 가장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금융시장은 FOMC 성명서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FOMC 회의 결과 후 다음달 금리 인상이 확실해졌다는 분석과 함께 미 국채 금리가 오르고(가격 하락) 달러도 강세를 보였지만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금리는 다시 하락했고, 달러도 약세로 돌아섰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