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처럼 학교·벤처·대형 제약사 3자 분업 생태계 만들어야"
국내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는 직원이 12명뿐이지만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회사다. 지난해 7월 유한양행에 15억원에 기술 이전한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후보물질은 약 1년 만에 1억2000만달러(약 1350억원)에 중국 제약사 뤄신에 기술 수출됐다. 1년 만에 가치가 90배 이상 뛴 것이다.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사진)는 “대학교, 벤처기업, 대형 제약사 등의 3자 분업 생태계가 잘 갖춰진 미국 보스턴-케임브리지 바이오 클러스터에 회사를 세운 덕분에 작은 벤처기업인데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세계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핵심 지역이다. 연면적 197만㎡의 클러스터에는 존슨앤드존슨,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회사와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 바이오랩, 병원 등이 입주해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서 나온 특허 건수는 5002건에 달한다.

고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안에 제노스코를 세웠다. 실업률이 높아 우수한 인력을 손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고 대표의 역발상은 통했다. 대학교, 제약사 등이 몰려 있는 덕분에 인재를 뽑기가 쉬웠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등 외부의 도움을 받아 연구개발(R&D)을 할 수 있는 창업 환경도 도움이 됐다. 제노스코는 관절염, 급성백혈병, 폐암, 유방암 등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고 대표는 국내 바이오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같은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처럼 국내 제약사가 벤처기업의 혁신적인 기술을 발굴하고, 이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글로벌 3상은 글로벌 제약사에 맡기는 등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벤처기업과 국내 제약사가 경험을 쌓아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바이오 클러스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 대표는 “정치적 계산 등을 배제하고 학교, 벤처기업, 제약사 등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을 찾아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