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성장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31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바클레이즈, 씨티, HSBC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최근 건설경기에 기반한 한국의 경제성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올 4분기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끌어내렸다. 바클레이즈는 “건설투자 증가율은 5~8월 연속 전월 대비 20%를 웃돌았지만 8월 말 한국 정부의 주택 공급 관리조치로 연말까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경기에 기초한 성장 모멘텀(계기)이 점차 악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즈는 여기에 자동차 파업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같은 악재까지 나온 것을 감안해 올 4분기 성장률을 당초 0.4%에서 0.2%로 낮췄다.

씨티그룹과 HSBC도 건설경기 주도의 성장은 그동안의 아파트 분양 호조로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며 성장세가 점차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경기는 그동안 한국 경제를 떠받들던 사실상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건설투자는 전 분기보다 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0.7%에서 0.6%포인트는 건설투자의 몫이었다. 지난 2분기에도 건설투자는 성장기여도(0.5%포인트)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건설투자 증가율이 떨어지면서 경제성장 기여도도 갈수록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놓은 2016~2017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건설투자 증가율은 올해 10.5%에 달한 뒤 내년에는 4.1%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착공, 아파트 분양물량 등 주거용 주택 관련 선행지표가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하고 있는 데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규모 축소로 정부의 토목투자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일각에선 오는 3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자칫 주택 시장이 급랭기로 돌아설 경우 건설투자 증가세는 더욱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