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환 삼기오토모티브 사장(오른쪽)이 직원과 함께 자동차 변속기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기오토모티브  제공
김치환 삼기오토모티브 사장(오른쪽)이 직원과 함께 자동차 변속기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기오토모티브 제공
자동차용 알루미늄 다이캐스팅(고압 주조) 부품업체인 삼기오토모티브의 충남 서산 공장에는 다른 차량용 금속 부품업체 공장에서는 보기 힘든 시설이 있다. 반도체 공장을 떠올리게 하는 ‘클린룸’이다.

삼기오토모티브가 클린룸까지 설치한 것은 국내외 경쟁 업체보다 정밀도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이 회사는 자동변속기 핵심 부품인 밸브보디를 현대·기아자동차에 공급하고 있으며, 2013년 아우디·폭스바겐에서 아시아 업체 중 처음으로 물량을 따냈다.

‘다이캐스팅의 꽃’으로 불리는 밸브보디는 자동변속기에서 유압을 제어해 기어 단수를 자동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삼기오토모티브의 클린룸은 밸브보디 생산의 최종 과정이다. 용광로에서 녹인 알루미늄을 최대 2500t의 압력을 가하는 다이캐스팅 기계에 넣으면 반도체 회로 기판처럼 복잡한 문양이 새겨지는 밸브보디 형태가 만들어진다. 이어 클린룸으로 옮겨 고압수 세척과 초음파 세척 등으로 불순물을 제거한다. 흰색 방진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이 최종 검사를 마치고 밀봉 포장하는 것으로 공정이 끝난다. 삼기오토모티브의 불량률(전체 제품 기준)은 0.4PPM(1PPM은 100만분의 1) 수준으로 1PPM 이상인 경쟁 업체보다 훨씬 낮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기오토모티브는 최근 LG전자의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 파트너로 선정됐다. 삼기오토모티브는 LG전자에 내년부터 충전기 부품 3종, 배터리 열관리용 부품 4종 등 7종의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부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삼기오토모티브의 중국 산둥공장에서 생산해 LG전자 난징공장에 납품하면 LG전자가 조립해 중국 전기차 업체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아직 초기 단계여서 규모는 부품 1만개 수준이다. 금액도 의무공시(전년 매출의 10%) 기준에 미달해 공시하지 않았다. 김치환 삼기오토모티브 사장은 “이제까지 전기차 부문 매출은 미미하지만 LG전자 협력사로 등록해 장기 비즈니스 파트너가 됐기 때문에 추가로 수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LG전자 외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과도 부품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기오토모티브는 2012년 코스닥시장 상장을 계기로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투자를 확대했다. 최근에는 차량 경량화 추세에 따라 알루미늄 수요가 늘어나면서 실적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716억원으로 2014년보다 13.2% 늘었고, 영업이익은 20.9% 증가한 23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현대·기아차 6단 자동변속기 밸브보디, 아우디 7단 자동변속기 밸브보디 등 신규 수주 물량의 매출이 발생할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매출 3000억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서산=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