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김인선 기자(왼쪽)가 ‘교도소 체험행사’에 참가해 교도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본지 김인선 기자(왼쪽)가 ‘교도소 체험행사’에 참가해 교도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제부터는 김인선이 아니라 수인번호 7010입니다.”

지난 25일 전북 정읍교도소에 들어서자 번호표가 주어졌다. 수의에 번호표를 직접 달면서 교도소 1박2일 체험이 시작됐다. 법무부가 제71회 ‘교정의 날’을 맞아 연 행사였다.

곧바로 신체검사가 이어졌다. 교도관은 입고 있는 옷을 모두 벗으라고 했다. 수형자들은 종종 항문 안에 담배, 마약 등을 숨겨온다고 한다. 그래서 항문 검사가 필수라고 한다. 예전엔 교도관들이 육안으로 직접 조사했지만 인권침해 지적이 일면서 기계를 도입했다. 이날 체험에선 항문 검사는 생략됐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교도소 ‘거실’로 입소했다. 거실은 교도소의 방을 말한다. 5명까지 수용되는 11.9㎡(약 3.6평) 남짓한 공간이다. 여기자 세 명이 거실 한 칸을 썼다. 단출했다. 수납칸, 싱크대, TV가 전부다. 화장실도 붙어 있다. 수세식 변기와 수도꼭지, 고무대야, 빨랫비누가 있었다. 수형자들은 옷을 직접 빨아 입어야 한다. 변기에 앉아봤다. 동료 기자와 눈이 마주치고 당황스러운 미소를 지어야 했다.

교도소에선 낮잠을 잘 수 없다는 점을 처음 알았다. 빨랫줄 설치, 수건으로 화장실 문 가리기, 90도 인사 등도 금지된다.

저녁시간이 되자 계란국, 갈치조림, 김치 등이 담긴 식사를 거실 안에 넣어줬다. 차가운 물로 설거지를 하니 기름때가 잘 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취침시간인 오후 9시가 됐는데도 전등은 절반만 꺼졌다. 교도관들이 수시로 거실 안을 들여다보기 위한 조치란다. 전등빛 아래 곤히 잠들긴 쉽지 않았다. 바닥에선 한기가 올라왔다.

법무부는 교도소 여건을 개선하고 있다. 최근엔 스마트접견도 도입했다. 수형자 등급에 따라 한 달에 4~6회 정도 가족, 지인들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 스마트접견 체험을 하면서 시대가 좋아졌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교도소 생활 여건이 열악하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정읍=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