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뉴삼성 시대'] "이재용 부회장이 위기돌파 리더십 보여라"…박수로 통과된 'JY 등판'
삼성전자가 27일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핵심 안건인 이재용 부회장(사진)의 등기이사 선임은 예상보다 쉽게 승인됐다.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이 “급변하는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지속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안건을 상정했다. “어려운 시기에 책임경영을 실천하려고 나선 책임감과 리더십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한 주주가 제청하자 박수와 함께 통과됐다.

이어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월급사장의 입에서 (갤럭시노트7) 대책이 나온다고 해서 시장에 신뢰를 줄 수는 없다”며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 부회장이 직접 조직문화,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설명해 리더십을 보여주고 책임질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갤럭시노트7 사태로 위기에 처한 삼성전자에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이날 주총의 전반적 분위기였다.

김 교수뿐 아니라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도 주주로 참석했지만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참여연대, 경제개혁연구소 등에서 20년 가까이 기업 지배구조 등을 연구해왔다. 국민연금과 해외 기관투자가들도 찬성 의견을 냈다. 1호 안건으로 상정된 미국 HP에 대한 프린터사업부 분할매각 건도 진통 없이 통과됐다.

뜨거운 쟁점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였다. 주총 개막 직후부터 마지막까지 원인과 대책, 책임소재 등을 따지는 질문이 쏟아졌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가 대응을 잘못했기 때문에 판매 중단까지 온 것”이라며 “집행부가 옛날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때와 같은 마음을 품고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회사가 몇십 년간 쌓아온 이미지를 하루에 버렸는데 누군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김 교수도 갤럭시노트7 발화의 원인 등을 따지며 “책임있는 답변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주주대표 소송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신종균 사장(IM부문 대표)은 “원인 규명을 위해 배터리의 공법, 셀 구조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제조공정, 물류 등 모든 부분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자체 조사뿐만 아니라 미국 UL 등 제3의 전문기관에 의뢰해 독립적 조사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전면적인 조사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끝까지 원인을 규명해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