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M&A 합법화" 목소리 커진다
호텔롯데가 법정관리 중인 늘푸른의료재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의료법인 인수합병(M&A)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의료법인의 구조조정이 M&A를 통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법인을 사고파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의료법인 운영에서 손을 떼는 방법은 파산뿐이다. 이런 구조가 의료법인의 경영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법인의 M&A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17대, 18대, 19대 국회에서 연이어 발의됐지만 시민단체와 야당 등의 반대로 입법이 번번이 무산됐다. 시민단체 등은 의료법인의 M&A를 허용하면 의료가 상업화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 설립 주체는 의료법인,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국공립, 의사 개인 등으로 제한돼 있다. 의료법인 제도는 1973년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 의료기관을 늘리기 위해 도입됐다. 당시엔 의료기관 수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법인 설립자가 법인 운영에서 손을 떼는 절차는 마련하지 않았다. 하지만 43년 동안 법조항이 바뀌지 않으면서 의료법인 개설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출구는 없는 기형적 구조가 됐다.

다만 의료법인이 파산하면 유사 목적을 가진 비영리법인에 운영자가 잔여재산을 기부할 수 있다. 잔여재산이 지방자치단체나 국고에 귀속되기도 한다. 늘푸른의료재단은 파산 후 회생 절차에 들어간 의료법인에 대해 호텔롯데가 경매 절차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사례다.

이용균 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은 “청산 절차를 빨리 밟아도 1~3년이 걸리는데 그 기간 의료기기 등 동산은 가처분 신청에 들어가 손대지 못한다”며 “고가 의료장비가 사장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법인 매각이 이뤄지면 인력이나 장비 등을 그대로 넘겨줄 수 있지만 법인을 청산하면 직원 고용의무가 사라진다”며 “의료 공급 부족 시대에 만든 법이 입법 미비 탓에 병원 운영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법인은 대부분 중소병원을 운영한다. 동네병원이나 대형 대학병원 틈에 끼여 경영여건이 갈수록 나빠지는 추세다. 계속된 손실로 빚을 내 명맥을 유지하는 의료법인이 한둘이 아니다. 퇴출 구조를 마련해 병원 운영에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중소병원 경영난 해소 차원에서도 관련 법안이 필요하다”며 “이른 시일에 입법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