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깨우는 한시 (10)] 개중하자진삼매(箇中何者眞三昧) 구월국화구월개(九月菊花九月開)
사람마다 취향이 제각각이다. 운문(雲門·864~949)은 호떡을 좋아했고, 조주(趙州·778~897)는 차(茶)를 즐겼다. 두 선사는 마시고 먹은 방법이 독특하다. 호떡을 먹을 때는 오직 그 일에만 전념했다(호떡삼매). 밥을 먹으면서 딴 생각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 밥맛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차를 마실 때도 오직 그 일에만 집중했다. 그리하여 취미인 ‘끽다(喫茶·차 마시기)’를 ‘다선삼매(茶禪三昧)’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계절이라는 맛까지 더해지면 풍미가 한 차원 더 달라진다. 호떡은 차가운 겨울날, 차는 햇차가 나오는 늦봄이 맛의 절정이다. 겨울 하늘에 걸린 둥근 달을 보면서 운문의 호떡맛 경지를 헤아리고 봄에 흐르는 개울물을 보면서 조주 차맛의 경계를 음미했다. 그리하여 “산허리에 걸린 달은 운문의 호떡이요(山頭月掛雲門餠) 문밖에 흐르는 물은 조주의 차로다(門外水流趙州茶)”는 시를 읊었다. 경남 양산 통도사 극락암에 머물던 경봉(鏡峰·1892~1982) 선사의 작품이다. 하지만 남의 말만 인용하면 뭔가 부족하다. 둘 가운데 어떤 것이 이 시절에 어울리는 삼매일까. 계절은 가을이다. 당신의 살림살이를 두 줄 보탰다. 구월국화는 구월에 피는구나. 정답은 국화삼매(菊花三昧)다.

그렇다. 뭐든지 시절을 잘 맞추어야 한다. 유방(劉邦·BC256~195)의 책사 장량(張良·?~BC189)은 자식들에게 “살구꽃은 삼월에 피고 국화는 구월에 핀다. 모두가 자기 때를 아는 까닭이다”고 강조했다. 꽃이 피고 질 때를 아는 것처럼 사람도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서울 종로 조계사에는 “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는 주제 아래 꽃 전시회가 한창이다. 음력 9월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10월이다. 가을이 무르익는 날 ‘국화삼매’에 빠져볼 일이다.

원철 스님(조계종 포교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