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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전봇대의 퇴장

입력 2016-10-25 17:44:51 | 수정 2016-10-25 23:45:18 | 지면정보 2016-10-26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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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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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전봇대가 등장한 것은 약 130년 전인 1887년 봄. 경복궁 후원의 건청궁 뜰에 백열등을 처음 밝힌 때였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한 지 9년, 뉴욕에 발전소가 생긴 지 6년 만이었으니 비교적 빠른 시기였다. 지금은 콘크리트나 철로 만들지만 초기엔 모두 나무전봇대였다.

저마다 이름도 갖고 있다. 경복궁 맞은편에 있는 건 ‘전동간32L7’이다. 서울 종로 지역 전동간이라는 선로의 변전소에서 왼쪽으로 32번째라는 의미다. 전국의 890여만개가 모두 일련번호를 달고 있다. 요즘은 전산화번호까지 갖췄다. 숫자 4개, 영문 1개, 숫자 3개로 해당 위치를 알려 준다.

전봇대의 키는 14m, 몸무게는 1500㎏, 수명은 평균 30년이다. 평생 1000㎏짜리 전깃줄을 어깨에 메고 서 있다. 전력선 외에 전화선과 인터넷 연결선 등 복잡한 ‘거미줄’까지 떠받치고 있다. 무형의 전기를 허공에서 이어주는 문명의 실핏줄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사 간 집들이 방치한 폐선 위로 새 집이 들어올 때마다 가설하는 전선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질 때도 있다. 그런 전봇대의 밑동을 안고 아이들은 술래잡기나 말타기를 하며 논다. 밤에는 취객들이 그를 붙잡고 고통스레 몸을 굽신거린다. 이런 애환을 묵묵히 지켜보는 전봇대는 온갖 전단과 포스터를 매달고 동네 안내판 역할까지 한다.

다른 쓰임새도 제법이다. 위치 확인 시스템을 통한 방범기능은 물론이고 최근엔 전기차 충전까지 담당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되고 있다. 주차 공간 인근에 있는 3만개에서 곧 충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사회안전망 기능도 가능하다. 독거노인의 전력 사용량이 갑자기 줄면 사회복지사에게 자동으로 통보해 안위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전국의 전봇대 관리와 보수에 드는 돈은 한 해 약 2500억원. 설치 장소의 땅 임차료도 2000억원 이상이다. 물론 벌어들이는 돈도 있다. 통신사나 케이블TV 사업자에게 받는 이용료가 1800억원 정도다. 하지만 해마다 2700억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도시 미관을 해치는 흉물’ 소리까지 듣고 있다.

한국전력이 전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 사업에 2년간 2조5500억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새로운 주택·산업단지뿐만 아니라 도심의 기존 선로도 포함한다. 1980년대 전봇대 없는 신도시가 나온 이후 이제는 대세가 됐다. 전봇대 설치보다 돈이 많이 들고 유사시 복구비용 또한 만만찮지만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눈 밝은 사람에겐 전봇대 철거 작업만으로도 신사업이 될 듯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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