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구리디자인시티 '속 빈 강정', 54억달러 유치한다더니…실제론 '0'
10조원 규모의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인 경기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 사업 재개 여부가 중대 갈림길에 섰다. 사업 추진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정부 중앙투자심의위원회가 다음달 초 예정돼 있어서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심의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행정자치부는 25일 “다음달 초 열리는 제4차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의위원회에서 GWDC 사업을 재심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WDC는 구리시 토평·교문·수택동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80만6649㎡에 월드디자인센터와 상설 전시장, 업무 단지, 호텔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 사업을 추진하려면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와 행자부 중앙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해 3월 중앙투자심의위원회 의결 등을 조건으로 GWDC 사업 용지의 그린벨트 해제를 의결했다.

행자부는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중앙투자심의위원회를 열고 사업을 심의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심사, 투자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입증 서류 보완’ 등이 필요하다며 재검토 의견을 냈다. 외국에서 54억달러(약 6조1225억원)에 달하는 투자유치 약속을 받았다는 구리시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구리시는 2014년 10월 외국인 투자를 약속받은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MOU를 맺은 지 2년이 지났지만 GWDC에 자금을 투자한 외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더욱이 2008년부터 GWDC 사업을 추진해온 박영순 전 구리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상실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지난 4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선 이 사업에 부정적인 백경현 시장이 당선됐다. 백 시장은 GWDC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행자부에 보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사업이 답보 상태다. 구리시는 지역 여론에 떠밀려 8월 행자부에 재검토 요청을 했지만 외국인 투자와 관련한 입증 서류는 내지 못했다. 심의 통과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2011년부터 5년여간 GWDC사업에 총력을 쏟은 구리시의 행정력과 예산만 낭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구리시가 이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한 구리도시공사에 투입한 예산만 100억여원에 달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