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비선 실세’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60·최서원으로 개명)가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하기 전에 파일 형태로 연설문을 입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JTBC는 “최순실 씨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된 200여개의 파일을 분석한 결과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받아본 사실을 확인했다”며 “연설문 44개를 파일 형태로 받은 시점은 모두 대통령이 연설하기 이전”이라고 24일 보도했다. 해당 매체 보도에 따르면 최씨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은 대선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의 유세 연설문을 비롯해 대통령 취임 후 연설문들이었다. 최씨는 실제 대통령이 연설한 날보다 길게는 사흘이나 앞서 연설문건을 받아봤다.

JTBC는 “최씨가 미리 받아본 원고 곳곳에는 붉은 글씨가 있었고 이 부분은 박 대통령이 실제로 읽은 연설문에서 일부 내용이 달라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최씨가 청와대 비서진 교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들어 있는 내부문서도 사전에 받아봤다는 정황 증거가 나왔다. 2014년 8월4일 오후 6시27분 최씨가 열어본 ‘국무회의 말씀’이라는 제목의 파일엔 이튿날 오전 허태열 비서실장 교체 등의 청와대 인사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식이다. PC 아이디는 ‘유연’이었다고 JTBC는 전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 씨의 개명 전 이름인 정유연에서 딴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JTBC는 최씨의 측근으로 패션업체 ‘빌로밀로’ 대표인 고영태 씨(40)의 말을 인용해 ‘회장(최순실씨)이 제일 좋아하는 일은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일’이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