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역시 서비스산업이 살길이다
월트디즈니의 성과가 눈부시다. ‘도리를 찾아서’ ‘주토피아’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가 글로벌 영화시장을 제패했다. 지난 6월 개장한 중국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한 달 만에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디즈니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디즈니는 월트 디즈니 형제가 1923년 설립했다. 1928년 미키마우스를 공식 마스코트로 지정해 소비자들과 친숙해졌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같은 히트작과 디즈니랜드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애니메이션 영화의 흥행 실패, 디즈니랜드 내방객 감소 등으로 어려움에 빠졌다. 1984년 마이클 아이즈너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제2의 창업’을 선언하고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의 변신을 주도했다. 1993년 독립 예술영화사 미라맥스를 사들였다. 1995년 지상파방송 ABC를 90억달러에 인수했고 1996년 스포츠 케이블 ESPN을 매입했다.

2005년 로버트 아이거가 새 최고경영자가 됐다. 그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 정보기술(IT)과의 접목, 신시장 개척에 역점을 뒀다. 그는 취임사에서 “소비자들이 디즈니의 영화·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2006년 픽사를 74억달러에, 2009년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40억달러에 인수했다. 2014년 ‘스타워즈’로 유명한 루카스 필름도 사들였다. 미국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에 새로운 테마파크를 조성했다. ABC, ESPN, 디즈니 채널 등 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수익성을 제고했다. ESPN은 지구촌 150여개국에 방영되는 스포츠 채널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익이 2006년 34억달러에서 2014년 75억달러, 2015년 84억달러로 급증했다.

중국 시장 진출이야말로 승부수였다. 1990년대 말 ‘라이언킹’의 흥행 성공으로 교두보를 확보했다. 상하이에 대규모 테마파크를 짓는 데 올인했다. 55억달러를 투자해 390만㎡의 디즈니랜드를 6월 개장했다. 2017년 1100만명, 2020년 2000만명의 이용객을 예상하고 있다. 중국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중국 지도부에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친인 시중쉰이 1980년 디즈니랜드를 방문해 미키마우스와 악수하는 사진을 찾아내 시진핑에게 선물했다. 시 주석은 “다년간의 노고가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디즈니의 끝없는 도전이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첫째, 최고경영자의 역할이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기업은 사장의 기량만큼 큰다”고 강조했다. 아이즈너와 아이거의 리더십이 오늘의 디즈니 제국을 있게 했다. 아이거의 카리스마가 디즈니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만들었다. 영화, 테마파크, 미디어 부문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탁월한 성과 덕에 2014년 4650만달러의 급여를 받았다. 2009~2015년 포천은 디즈니를 ‘가장 존경받는 미국 기업’의 하나로 선정했다.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 매거진은 2008~2011년 그를 베스트 경영인으로 선정했다.

둘째, 인수합병으로 새로운 성장판을 열었다. 평균 3년에 한 건씩 대형 뉴스를 터뜨렸다. 픽사, 마블, 루카스 필름 인수는 ‘신의 한 수’였다. “세상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 사들이겠다”는 야심이 결실을 맺었다. 올 상반기 미국 극장 점유율은 28.9%로 19.8%인 20세기폭스를 크게 앞질렀다.

셋째, 중국 시장 공략이야말로 탁월한 혜안이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 웹사이트는 개통 반 시간 만에 500만명이 접속해 마비될 정도였다. 무엇보다 디즈니 상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기폭제가 됐다. 영화, 장난감, 옷, TV쇼, 비디오게임 등 관련 제품에 대한 수요가 계속 창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역시 서비스산업이 살길이라는 점이다.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은 한계에 봉착했다. 서비스업은 제조업에 비해 고용창출 능력이 1.5배나 크다. 양질의 고용창출자다. 디즈니의 성공 신화는 저성장과 저고용으로 고전하는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