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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맨 인 블랙박스', 자발적 감시사회의 도래…"우린 블랙박스에 갇혔다"

입력 2016-10-21 18:23:59 | 수정 2016-10-22 05:24:20 | 지면정보 2016-10-22 A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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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벌거벗은 도시(Naked City)》라는 사진집을 낸 미국의 프리랜서 사진기자 위지(1899~1968)는 밤의 뉴욕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들을 가감 없이 찍기 위해 카메라와 플래시를 들고 도시를 돌아다녔다. 그는 소방관이나 경찰보다 더 빨리 현장에 도착해 참혹한 사진을 찍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다소 끔찍하고 섬뜩한 사고 현장의 밤 풍경은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도시의 속살처럼 위지의 사진을 통해 폭로됐다. 그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경찰 무전을 도청할 수 있는 무전스캐너를 차에 장착한 데다 어두운 현장을 선명하게 사진으로 드러내줄 강렬한 플래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7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도시의 숨겨진 속살을 보기 위해 위지처럼 굳이 사고 현장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 그보다 더 효과적인 폐쇄회로TV(CCTV)나 블랙박스 같은 카메라들이 도시 곳곳에(어쩌면 거의 전역에) 깔려 있으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차량용 블랙박스는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 풍경들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더 역동적이다. 블랙박스에 담긴 사건·사고들은 안온해 보이는 도시의 살벌한 민낯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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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아침 방송으로 시작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블랙박스로 본 세상’이 방영되자마자 화제가 된 이유다. 충격적인 영상들. 사고 현장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그 느낌은 시청자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달리던 차량이 급차선 변경을 하고 들어오다 부딪혀 뒤집히고,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자전거와 교차로에서 불쑥 나타난 오토바이가 차량에 부딪혀 운전자가 도로로 튕겨 나간다. 도로 위로 동물이 튀어 오르거나, 방심한 어린이집 차량이 후진하다 아이를 칠 뻔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블랙박스로 본 세상’은 위지가 찍은 《벌거벗은 도시》처럼 우리가 사는 도시의 살풍경한 모습들을 의도와 상관없이 비춰줬다.

지난 8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맨 인 블랙박스’는 ‘블랙박스로 본 세상’이 그동안 축적한 아카이브를 활용해 정보와 오락을 함께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교양 프로그램이다. 방송인 김구라 씨와 최기환·김선재 아나운서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단순히 블랙박스에 찍힌 장면만 보여주는 게 아니다. 사고로 인한 법적 분쟁에서 누가 얼마나 더 책임이 있는지를 전문 변호사를 출연시켜 알려주기도 하고, 차선을 변경할 때 고개를 돌려 좌우를 직접 살피는 이른바 ‘숄더 체크’를 하지 않으면 사각지대를 확인하지 못해 엄청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운동장에서 실험을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차량용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은 도로 위의 사고 장면만이 아니다. 가스 배관 폭발사고나 물탱크가 터져 순식간에 물바다가 된 도로 장면 같은 것들도 블랙박스에 포착된다. ‘맨 인 블랙박스’는 그래서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을 수천, 수만개의 천리안으로 들여다보는 듯 짜릿한 체험을 안겨준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한이 이 프로그램을 본다면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블랙박스라는 새로운 미디어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도시 곳곳에 숨겨진 일까지 낱낱이 드러나고 보여지는 ‘벌거벗은 세상’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서로가 서로를 찍어대며 그것을 증거 삼아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자발적인 ‘감시 사회’의 도래. 지금 당신의 차 안에 설치된 블랙박스는 그런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우리는 어쩌다 모두가 ‘블랙박스 속의 사람들(맨 인 블랙박스)’이 됐을까.

정덕현 < 대중문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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