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사이버 보안 관련 지출을 주저하면서 사이버 보안업계의 성장성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회사들이 맹목적으로 사용해왔던 사이버보안 비용을 줄이고 있는데다가 투자자들도 사이버 보안 업계에 까다롭게 접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보안 관련 스타트업(신생기업)에 투자된 벤처자금은 38억달러로 전년보다 69% 증가했고 투자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조사회사 CB인사이츠는 지난 3분기 투자금이 8억4500만달러로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24% 줄었다고 밝혔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이 사이버 보안회사 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2년 50%에 육박했던 매출성장률이 지난해에는 30%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UBS는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20%와 18%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온라인 방화벽 전문공급업체인 포티넷의 켄 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에 비해 소비자들이 위급함을 덜 느끼면서 구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사이버 보안업계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방화벽과 하드웨어 분야를 중심으로 가격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금융가에서 유명한 사이버 보안업체 팔로알토네트웍스는 올해 15% 정도 매출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이버 보안 소프트웨어 관련 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 등으로 올들어 1401건의 인수합병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상승한 수치다. WSJ는 “해킹 관련 업체에 투자하는 일부 펀드의 수익률이 1%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다”며 “성장세를 강조하는 투자자에게 사이버 보안은 안전한 투자처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