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시간 수만번 낙하테스트 견뎌야 '강철의 V20'
‘쿵~! 쾅~!’

LG전자 스마트폰 V20를 허리 높이의 선반 위에 놓고 버튼을 누르자 V20가 강철로 된 바닥 위로 사정없이 떨어진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V20의 착탈식 케이스가 떨어져나갔지만 제품엔 아무 이상이 없었다. 터치스크린도 멀쩡했다. 이번엔 터치스크린을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고 다시 한 번 떨어뜨렸다. 당연히 깨질 거라 생각했던 스크린이 멀쩡하게 작동했다.

지난 19일 경기 평택시에 있는 ‘LG 디지털파크’. 축구장 90배 크기(약 64만㎡)에 달하는 이곳은 LG전자의 연구개발(R&D), 생산·품질관리 시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핵심 복합단지다. 스마트폰 생산·품질관리 시설은 디지털파크의 G2동에 자리잡고 있다.

LG전자는 이날 G2동의 V20 조립라인과 제품 시험실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품질로 한판 붙자’ ‘고객의 관점이 우리의 관점’이란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품질 검사실에선 직원들이 각종 기구를 이용해 V20의 내구성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1m 높이의 투명 플라스틱 통에 V20를 넣고 360도 회전시키는 ‘연속 낙하 시험기’가 눈길을 끌었다. 김균흥 LG전자 MC개발품질보증실 부장은 “플라스틱 통을 수백 번씩 회전시키면서 내구성을 확인한다”며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작은 충격을 시험하는 ‘잔충격 시험기’로는 1만회 이상 테스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검사실 한쪽에는 사람 엉덩이 모형의 ‘인체 하중 시험기’가 있었다. 사람이 제품을 깔고 앉았을 때 외관 변형 등을 검증하는 곳이다. 성인 평균 몸무게의 1.5배 무게로 테스트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모든 벽면을 스마트폰으로 가득 채운 ‘가속 수명 시험실’이 눈에 띄었다. 소비자가 장기간 휴대폰을 사용할 때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지를 점검하는 곳이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의 성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시험한다. 김 부장은 “스마트폰의 품질 테스트 항목은 1000개 이상이고 품질 기준은 6만여개에 달한다”며 “모든 테스트를 통과하는 데는 최대 5000시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V20 조립라인은 건물 4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전체 23개 라인 가운데 6개 라인에서 V20를 생산 중이다. 김승렬 LG전자 단말제조팀 부장은 “1개 라인에서 하루 약 4000대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계산하면 이곳에서 생산하는 V20는 하루 2만4000대 정도다. 라인 전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월 330만대, 연 3960만대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조립라인에선 다양한 품질 테스트가 동시에 이뤄진다. 약 27m 길이의 라인 가운데 10m가량은 테스트를 위한 장비가 차지하고 있다. 조립라인을 지나치는데 이런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보래이~ 백 개 가운데 한 개만 불량품이 섞여 있다면 다른 아흔아홉 개도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 기라.’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가 60여년 전 화장품 ‘럭키크림’을 만들 당시 남긴 말이다.

평택=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