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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뮤지컬에도 철학적 메시지 담을 수 있다

입력 2016-10-20 17:50:11 | 수정 2016-10-21 03:33:14 | 지면정보 2016-10-21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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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공연되는 '씨 왓 아이 워너 씨'
뮤지컬도 진지할 수 있다는 점 보여줘

원종원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 jwon@sch.ac.kr >
원 종 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기사 이미지 보기

원 종 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

요즘 진지한 주제의 실험적인 뮤지컬 한 편이 화제다. 앙코르 공연이 올려진 ‘씨 왓 아이 워너 씨’다. 우리말 대신 ‘보고 싶은 대로 본다’는 의미의 영어 문구를 제목으로 쓰고 있다.

인터넷에 이토록 극과 극의 관람평이 많았던 뮤지컬이 또 있는지 모르겠다. 작사, 작곡을 맡은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천재라는 칭송부터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혹평도 있다. 공통된 의견이라면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이라는 지적이다. 뮤지컬이라고 무조건 사랑 이야기나 궁중 무도회, 왕가의 음모, 뻘쭘하면 느닷없이 노래 부르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선 일단 반가운 작품이다.

뮤지컬 ‘씨 왓 아이 워너 씨’는 일본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쓴 세 편의 단편소설 ‘게사와 모리토(袈裟と盛遠)’ ‘덤블 속(藪の中)’ 그리고 ‘용(龍)’을 차용해 이야기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1892년 태어나 1927년 35세의 나이에 자살한 인물로 ‘일본 단편소설의 아버지’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작가다. 짧은 생애 동안 그는 150여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는데, 그의 작품은 수많은 영화와 오페라, 연주곡 등으로 활용될 정도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아티스트에게 인기를 누렸으며, 예술적 영감도 줬다. 1950년 일본인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가 발표한 명작 ‘라쇼몽’도 그런 예다. 세상을 떠난 뒤 친구인 기쿠치 간은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제정했는데, 지금도 가장 권위있는 일본 문학계의 대표적 시상 제도로 남아 있다. 포켓용 시계와 100만엔을 부상으로 주는 이 상은 문학가로서 아쿠타가와의 영향으로 요즘도 장편보다 단편소설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경향이 두드러진 특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뮤지컬은 세 가지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다. 중세 일본을 배경으로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알 수 없는 불륜 남녀 이야기가 짧은 막간극으로, 1950년 뉴욕을 배경으로 센트럴파크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관계자들의 ‘서로 다른’ 목격담이 등장하는 1막과 9·11 테러를 경험한 뒤 신의 부재를 느끼고 이를 증명하려던 천주교 신부가 오히려 자신이 설정한 거짓 안에서 홀로 기적을 목격하지만 아무도 그 이야기를 믿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사연의 2막으로 전개된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불친절한 스토리에 적잖이 당황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야기 결말이 궁금해 더욱 몰입하는 별난 체험을 경험하게 된다.

뚜렷한 주제나 계몽적인 내용을 강요하는 대신 제목처럼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대로 보고 기억할 뿐이라는 다소 철학적인 메시지를 객석에 전한다. 음악 역시 손드하임의 계승자라는 별명에 걸맞게 라키우사 특유의 불협화음과 쏟아지듯 퍼붓는 난해한 노랫말로 실험적인 작품의 성격을 한층 부각시킨다.

문혜원, 최수형, 강필석, 정상윤 등 실력파 뮤지컬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완성도는 꽤나 만족스럽다. 세 개의 에피소드를 순차적으로 펼치다 보니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여러 배역으로 무대에 등장하는데, 덕분에 생동감 넘치게 배우들의 1인 다역을 객석과 무대가 가까운 소극장에서 만끽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뮤지컬도 얼마든지 진지할 수 있고, 철학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는 실험성이 참신하고 흥미롭다. 가을 분위기가 가득한 문화체험을 꿈꾼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원종원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 jwon@sch.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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