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250억 투자 받은 김형순 로커스 대표 "아시아 최대 3D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만들겠다"
“할리우드에서는 흥행 20위권 영화 중 애니메이션이 5~6개입니다. 박스오피스 규모로는 전체의 22%나 차지하고요. 중국도 그 패턴을 따라가고 있어서 5~10년 뒤에는 애니메이션이 주력 콘텐츠로 자리 잡을 겁니다. 그때쯤 우리도 중국과 손잡고 매년 한 편씩 웰메이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중국 회사가 로커스에 투자한 건 중국 시장에서 콘텐츠 사업을 함께하자는 뜻이죠.”

이달 초 중국 투자회사 투윈캐피털그룹으로부터 250억원을 투자받은 종합 콘텐츠 기업 로커스의 김형순 대표(사진)는 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투윈캐피털그룹은 로커스 지분 20%를 취득해 1대 주주인 김 대표 등에 이어 3대 주주가 됐다.

뛰어난 컴퓨터그래픽(CG) 기술력을 보유한 로커스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의 광고와 테마파크 영상물을 제작하고 있다. 캐릭터 ‘부토’(부끄러운 토끼)와 이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도 제작해 선보였다. 2018년 미국과 중국 등에서 개봉을 목표로 순제작비 160억원 규모의 3차원(3D) 극장용 애니메이션 ‘빨간 구두와 일곱난쟁이’도 만들고 있다. 2014년에는 영화 ‘살인의 추억’ ‘범죄의 재구성’ 등을 제작한 싸이더스를 인수해 자회사로 두고 있다. 투윈캐피털그룹은 중국 최대 IPTV인 ‘르티비(LeTV)’ 등을 거느린 회사로 최근 국내에서 콘텐츠 유통업체인 캔들미디어의 경영권을 인수해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체제를 구축했다.

“투윈 측은 공정률 60%에 이른 ‘빨간 구두와 일곱난쟁이’의 완성도가 높아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싸이더스가 보유한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중국판 리메이크도 가능하고요. 로커스는 투자받은 자본으로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을 기획·제작해 해외 시장에 배급할 계획입니다.”

‘빨간 구두~’는 2010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대한민국 스토리 대상’ 수상작이다. 서양 동화 백설공주 이야기를 일곱 난쟁이의 시각에서 코미디물로 재창작했다. 그 시나리오를 미국 1급 작가가 윤색했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등에 참여한 한국인 크리에이터 김상진 씨가 수석크리에이티브 캐릭터 디자이너로 참여하고 있다. ‘빨간 구두~’는 현재 미국에서 녹음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프랑스 칸 마켓에서 짤막한 트레일러만으로 해외 바이어들을 매료시켜 이스라엘과 이탈리아, 터키 등에 수출됐다.

“로커스를 아시아 최고의 3D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만들 겁니다. 일본의 극장용 2D 애니메이션은 내수용이어서 해외로 나가기 어렵습니다. 중국 애니메이션은 스토리텔링 능력과 품질이 떨어지고요. 그 틈새를 재능집단인 로커스가 파고드는 거죠. 애니메이션은 동·서양과 국경을 초월할 수 있는 콘텐츠니까요. 우직하게 힘을 쏟아부으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가 2009년 설립한 로커스는 그의 두 번째 엔터테인먼트 사업 도전이다. 1990년 정보기술(IT) 회사 로커스를 창업해 2000년 시가총액 3조원 규모로 키워내 ‘벤처 신화’를 쓴 그는 그해 영화와 연예기획, 게임 부문 등을 거느린 플레너스를 창업해 화려하게 엔터테인먼트업계에 입성했다.

당시 플레너스는 시네마서비스, 싸이더스, 넷마블 등 9개 계열사를 거느렸지만, 이후 모기업인 로커스의 IT 사업이 실패하면서 해체됐다. 젊은 시절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한 김 대표는 문화산업에 대한 열정에 다시 불을 붙여 새로운 신화를 꿈꾸고 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