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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채용의 비밀(상)] '카더라'로 호객하는 승무원 학원…"우리 학원 안다니면 불합격"

입력 2016-10-23 06:56:45 | 수정 2016-10-24 06: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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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학원 상담 받아보니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채용 정보 쏟아져
학원 측 "승무원 되려면 학원 다녀야 해"
'하늘의 꽃'이라 불리는 항공사 승무원은 많은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높은 인기 탓에 승무원이 되는 것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다. 채용 경쟁률은 100~200대 1을 넘나든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승무원 지망생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향하는 곳은 사설 학원이다. 그런데 사설 학원들이 지망생들의 불안감을 등에 업고 채용 시장을 교란하기 시작했다. 승무원 취업 시스템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국내 항공사 승무원의 채용 경쟁률은 대형항공사 기준 약 100대 1, 저비용항공사(LCC) 기준 약 200대 1을 넘나든다. 승무원 지망생이 늘어나면서 승무원 학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사진=한국경제DB기사 이미지 보기

국내 항공사 승무원의 채용 경쟁률은 대형항공사 기준 약 100대 1, 저비용항공사(LCC) 기준 약 200대 1을 넘나든다. 승무원 지망생이 늘어나면서 승무원 학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사진=한국경제DB


[ 안혜원 기자 ] 지난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승무원 학원에서 상담을 받던 기자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기자의 키는 164cm. 승무원 채용에 대한 신장 제한이 사라진 국내 항공사에 지원하는데에 결격 사유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승무원 학원 측은 단호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학원 측은 "실제로는 168cm 이상은 돼야 국내 항공사 승무원으로 합격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학원 측은 "대신 다른 방법이 있다"며 기자를 상담실로 이끌었다. 상담실에는 합격생들의 증명사진이 잔뜩 전시돼있었다. 학원 측은 "합격생들 중 일부"라며 "학원에서 배출된 총 합격자는 1500명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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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준비생들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승무원 학원. "승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설 학원을 다녀야한다"고 믿는 지망생들이 많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승무원 학원을 방문해 상담을 받아봤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 학원 측은 기자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신상명세를 기록하는 등록 지원서였다. 서류 하단을 살피자 Check Point(체크 포인트)라 쓰인 란이 눈에 띄었다. 학원 측에서 지원자의 이미지, 피부·치아 상태, 말투 등을 평가하는 항목이었다.

지원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자신을 학원장이라 소개한 상담사는 기자의 키를 다시 한번 지적했다. 키가 작은 편이니 암리치를 재보자고 요청했다. 암리치는 뒤꿈치를 들고 팔을 머리 위로 최대한 뻗었을 때 길이다. 많은 항공사들이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212cm에 잘 닿지 않자 상담사는 "국내 항공사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망하는 기자의 모습에 그는 상대적으로 신장 조건이 덜 까다로운 외항사 지원을 권했다. 학원에 등록할 경우 외항사 채용에 지원할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원 측이 채용 대행을 맡고 있는 외항사 리스트를 건넸다. 에미레이트항공, 베트남항공, 비에젯항공 등 그 수는 20여 곳에 달했다.

"이 외항사들의 서류 심사와 1차 면접은 저와 학원 선생님들이 직접 진행하고 있어요. 최종 면접만 외항사 측이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학원에 등록하면 2년간 이 외항사들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학원 비용은 약 160만원. 그는 학원에 등록한 직후부터 외항사 지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1시간 동안의 상담 대부분은 얼마나 많은 외항사에 채용 대행을 맡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됐다. 학원의 교육 과정에 대한 설명은 거의 전무했다. 교육기관이라기보다는 값비싼 채용 대행업체 정도로 느껴졌다.

수강을 확정하지 않은 채 일어나는 기자에게 상담사는 학원 등록을 재차 권하며 말했다. "저희 학원은 두다리로 걷기만 하면 승무원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사진=한국경제DB기사 이미지 보기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사진=한국경제DB


마포구에 위치한 학원에서도 상담 전 신상명세를 기록할 것을 요구했다. 머리, 화장, 손과 손톱 등 신체 정보란은 앞서 방문한 학원보다 더 상세했다. 이날 기자는 스스로를 25살의 대학교 졸업반 4학년생이라 기재했다. 25세는 대부분 국내 항공사(LCC 기준) 신입 승무원의 평균 나이다. 상담사는 이를 보자마자 "늦었다"고 답변했다.

"올해가 얼마남지 않았으니 실제 지원은 26세인 내년부터 할 수 있겠네요. 국내 A 대형항공사의 경우 25세 이상은 잘 채용하지 않아요. LCC B사도 마찬가지고요. 나머지 LCC들은 27세 이상일 경우 사실상 어렵습니다. C사의 경우 30대가 뽑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나마도 1년에 1~2명 정도고요."

통계적으로 입증된 수치인지를 묻자 합격한 학원생들을 분석한 결과라고 말했다. 합격생 수가 많아 신뢰할만한 수치라고 강조했다. 학원 측은 나이가 적지 않은 만큼 더 늦기 전에 학원을 수강해야 한다고 재촉했다.

이어 그는 또 다른 방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그 곳에서는 각종 테스트가 진행됐다. 학원 측은 웃는 모습과 목소리, 신체 비율 등을 점검했다. 심지어는 차렷 자세에서 양 무릎이 서로 닿는지도 평가했다.

무릎이 잘 닿지 않는 기자에게 학원 측은 체형을 보정해주는 사진이 필요하다며 사진 기사를 추천했다. 이날 책정된 준비 비용은 학원비 약 170만원을 포함해 사진 비용 10~15만원, 헤어 및 메이크업비 5~6만원, 의상비 10만원 등 총 195만~201만원이었다.

이날 총 2곳의 학원에서는 방문 상담을, 3곳에서는 전화 상담을 받았다.

"키가 168cm가 넘지 않으면 합격 불가" "26세 이상은 면접 들러리" "팔이나 다리에 흉터가 있으면 탈락" "양 다리의 무릎이 붙지 않으면 감점" 등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각종 '카더라'를 들을 수 있었다. 실제 승무원 지원자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만한 이야기다.

카더라에 불안해하는 기자에게 돌아오는 답변도 대동소이했다. "지원자 개인의 노력으로는 결함을 극복하기는 힘들다"며 "학원에 등록하면 해결 방법을 찾아주겠다"는 호객 행위가 이어졌다. 대부분 학원의 비용은 160만~200만원에 달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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