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불구속 기소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자 일단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직 최고경영자(CEO)급 다섯 명이 무더기 기소되면서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당장 12월로 예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와 호텔롯데 상장 작업이 영향을 받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그룹은 19일 참고자료를 통해 “오랫동안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앞으로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검찰 수사에서 나온 내용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롯데가 사회와 국가 경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법정에 나가야 하는 현직 CEO는 롯데그룹 정책본부의 황각규 운영실장(사장)과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이다. 모두 재판에 대비하면서 선고 결과를 기다려야 해 회사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기소자 대부분은 그룹 내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황 사장과 소 사장은 지난 8월 자살한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과 함께 정책본부를 이끌어 온 CEO들이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카드는 각각 화학과 금융부문 주력 계열사이고, 롯데홈쇼핑은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유통 계열사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기소된 CEO들이 법무팀 지원 아래 재판 준비를 하기 때문에 회사 경영을 챙기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사 결과가 신규 시내면세점 선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사업권을 잃은 롯데면세점 잠실 월드타워점은 지난 4일 마감한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했다. 경쟁 업체들은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롯데가 ‘법규 준수도’ 항목에서 감점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롯데는 “감점 요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허 심사의 핵심은 관세법 위반 여부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와 면세점 심사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혐의는 롯데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과제인 호텔롯데 상장과도 맞물려 있다.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끝난 만큼 상장 관련 법규 등을 꼼꼼히 살펴 연내 상장 작업을 시작할지, 아니면 법원 선고 이후 재개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롯데 관계자는 “한국거래소, 투자은행(IB)들과 논의해 상장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