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부터 국회의 내년도 예산 심사가 시작된다. ‘쪽지예산’을 성공시키려는 의원들의 ‘전투’가 개시됐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기획재정부가 쪽지예산과 관련한 청탁은 김영란법에 위반된다며 이를 신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더욱 주목된다. 물론 정치권은 국회 예산심의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쪽지예산은 국가 예산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주범이다. 정부 예산 증가분에서 쪽지 예산이 차지하는 몫은 평균 30~40%다. 선거철이면 더욱 심해진다.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진 2012년엔 증액 예산에서 쪽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었다. 금액만 하더라도 1조7520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예산이 매년 계속 투입돼야 하는 소위 ‘문지방 예산’이 많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쪽지예산 건수가 가장 많은 분야는 건설 등 SOC다. 대부분 문지방 예산이다.

정부 예산을 이렇게 난도질하는 건 정부 예산편성권의 침해이자 입법권의 폭주다. 쪽지예산은 김영란법 저촉 여부에 관계없이 국회법과 헌법의 규정에도 위배된다. 헌법 57조는 ‘국회가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항목의 금액을 늘리거나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삭감한 세출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경우 소관 상임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국회법(84조5항)도 있다. 하지만 의원들은 이런 규정에 아랑곳없이 쪽지예산을 남발해왔다. 그러면서 예산을 갈라먹는 관행을 되풀이해 왔다. 이제 이런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