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제3 노조' 생긴다…"소모적 투쟁·노조 권력화 거부"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에 20~30대 직원들이 주축이 된 제3의 노동조합이 결성된다. 이들은 기존 노조와 차별화하기 위해 소모적 이념투쟁과 패권주의 행태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의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메트로 새 노조 추진위원회는 오는 21일 ‘서울메트로정의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한 뒤 공식 출범할 계획이라고 18일 발표했다. 추진위 측은 “전체 서울메트로 노조원 중 1500여명에 달하는 20~30대 젊은 직원들이 상당한 호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메트로에는 민주노총 산하 서울지하철노조와 한국노총 하부조직인 서울메트로노조가 있다. 서울메트로노조는 2014년 제3 노총이었던 국민노총을 탈퇴하고 한노총에 가입했다. 서울메트로 직원의 90% 이상에 달하는 8600여명이 양대 노조에 소속돼 있다.

제3 노조는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기존 노조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소모적 이념투쟁과 권력화, 패권주의 등을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제3 노조 추진위 측은 민노총과 한노총 등 상급단체보다 서울메트로 종사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힘쓰는 수평적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나친 인사 개입을 통한 노조 세습화와 불투명한 회계 처리 등 기존 노조 간부들의 도덕적 해이도 적극적으로 비판하겠다고 했다. 제3 노조는 조합원들이 매년 내는 조합비를 양대 노조의 10분의 1 수준인 기본급의 0.2%로 책정할 예정이다.

서울시와 양대 노조가 재추진하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운영)의 통합 작업은 적극 저지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양대 노조와 두 공사의 통합을 재개한 건 내년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홍보용 실적 쌓기’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다만 서울메트로의 제3 노조 실험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1996년 민노총 출범 이후 20년 넘게 이어진 서울메트로 양대 노총이 쌓아온 조직력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서울메트로는 민노총에 가입한 노조 중에서도 ‘강성 노조’로 알려져 있다. 2011년 민노총을 탈퇴한 서울메트로 노조를 중심으로 설립된 한노총은 한때 조합원 수를 2만명까지 늘리기도 했지만 양대 노총의 영향력을 극복하지 못한 채 2014년 한노총으로 흡수됐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