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항의 갤노트7 '회수 작전'
삼성전자가 지난 주말 미국에서 전례 없는 ‘007작전’을 벌였다. 목표는 미 전역에서 갤럭시노트7을 구입한 고객이 휴대폰을 갖고 비행기를 타거나 짐으로 부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미 교통당국이 지난 14일 갤노트7의 기내 반입을 전면 금지하자 삼성전자 미주법인은 곧바로 미국 23개 공항에 긴급히 서비스 담당 직원을 배치했다. 한 곳당 2명에서 최대 6명까지 평균 4명씩, 약 100명의 전문인력이 파견됐다. 24시간 교대를 감안하면 약 200명이 동원됐다.

삼성 측은 승객 수 기준으로 가장 큰 공항 21개와 워싱턴 인근 공항 2곳을 정한 뒤 곧바로 공항 측과 접촉했다. 갤노트7의 회수를 위해 서비스팀을 파견할 테니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갤노트7을 소지한 채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승객을 항공사로부터 확인받아 곧바로 비상조치에 들어갔다. 미 국내선 고객에게는 본인 동의를 받아 신제품(갤럭시S7엣지)과 교환하거나 전화번호, 사진 등 고객 데이터를 메모리카드에 복사해 전달한 뒤 갤노트7을 회수했다. 한국으로 가는 국제선 이용객에게는 메모리카드와 함께 확인증을 발급해 인천공항에서 새 휴대폰을 받도록 했다.

또 현지 고객센터에 핫라인을 개설하고 각 공항에 있는 서비스 직원의 비상연락처를 전달해 탑승권 발급 창구에서 갤노트7을 갖고 있는 고객이 발견되면 즉시 안내받도록 했다. 이 모든 조치가 이틀 만에 이뤄졌다. 주말이 겹쳐 미 정부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 공항과 1 대 1로 접촉했다.

삼성전자 미주법인 관계자는 “휴대폰은 필수적인 통신수단이면서 중요한 개인 데이터가 저장된 기기”라며 “미국 정부의 요청은 없었지만 고객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 판단해 조치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뉴욕 JFK국제공항 한 곳에서 20여건의 제품 교환이나 회수가 이뤄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부분 기내 반입이 금지된 것을 몰랐던 고객들도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설명을 들은 뒤 고객 안전을 위한 신속한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판매 위주로 짜여진 업무 프로세스를 뒤집어 실행하면서 리콜 전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며 “한 명이라도 놓치는 고객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심기 뉴욕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