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지난 14일 “경기 회복을 위해 일시적 경기과열을 용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Fed가 오는 12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 가운데 시기를 더 늦추거나 인상하더라도 점진적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옐런 의장은 이날 보스턴연방은행이 주최한 60회 경제 콘퍼런스에서 ‘위기 이후의 거시경제연구’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거와 달리 총수요의 변화(감소)가 공급(잠재 성장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리 인상' 주저하는 옐런 "미국 일시적 경기과열 용인"
옐런 의장은 “총수요 감소로 미국은 위기 전보다 잠재적 생산 능력이 7%나 줄었다”며 “정책 결정권자들은 이제 이를 돌이킬 수 있는 비(非)전통적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시적으로 ‘고압력 경제(high pressure economy)’ 유지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압력 경제는 수요가 공급을 웃돌아 공급을 늘리고 잠재 성장률을 키우는 경제 상황을 말한다. 기존 경제학 이론에서 장기 경제성장률을 결정하는 요인은 노동과 자본, 기술 등 공급부문 요소였다. 수요는 단기적으로 공급 변화를 설명하는 요인으로 설명됐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이 완전 고용에 가깝게 떨어지고, 저금리가 유지됐으나 경기가 달궈지지 않고 생산성까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옐런 의장은 이를 ‘이력(履歷·hysteresis) 현상’으로 설명했다. 경제적 충격이 가셨는데도 고용, 생산성 등이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 전후관계의 단절이나 지연 상황을 말한다. 경제위기로 기업이 업무 자동화, 생산설비 이전을 통해 인력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시스템으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초과하는 경기과열을 일시적으로 용인해 비자발적 실업자를 고용현장으로 불러들이는 등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 소득과 소비를 늘리고, 이것이 다시 기업 투자와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경제 정상화를 이끈다는 주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진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일시적으로 나타날지 모르는 과도한 물가 상승 등은 용인할 수 있다는 취지”라며 “옐런 의장이 미국의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겠다는 생각에 공감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옐런 의장은 다만 “확장적 통화 기조가 너무 오래 이어지면 금융안정 또는 물가안정의 위기를 높임으로써 편익보다 비용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단기적으로 금리인상 가능성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12월13~14일)에서 일단 0.25%포인트 금리인상이 이뤄지고 추가 인상은 매우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