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국내에서의 제휴·통합과 함께 해외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M&A 자문업체인 레코후에 따르면 2016회계연도 상반기(4~9월)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M&A는 29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했다.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금액 기준으로도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5조4000억엔(약 50조8700억원)으로 2008년 이후 8년 만에 최대였다. 이 기간 세계 M&A(금액 기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 줄어들었다.

높은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가진 선진국 기업 인수가 두드러졌다. 소프트뱅크는 사물인터넷(IoT) 시장 성장을 겨냥해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홀딩스를 3조3000억엔에 사들였다. 일본전산은 미국 전기 대기업 에머슨일렉트릭의 산업용 모터사업을 1200억엔에 매입했다.

최근 몇 년간 일본 기업의 M&A는 성장성이 높은 신흥국 기업에 집중됐지만 올해 들어 M&A 전략이 선진 기업의 기술 혁신 역량을 따라잡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 기업의 해외 M&A는 선진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 전체의 90%를 넘어섰다. 올해만 엔화 가치가 20% 가까이 오른 게 해외 M&A를 촉진하는 배경이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5일 손해보험사인 손보재팬일본흥아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인듀어런스 스페셜티를 65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 내에서 비핵심 사업을 분리·매각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어 ‘선택과 집중’을 위한 M&A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