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과 중국 수출 감소가 뜻하는 것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돼도 4년 임기 중 경기침체 확률이 60%에 달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이코노미스트 59명을 상대로 최근 조사한 결과다. 현재 미국 경기가 2009년 6월 이후 88개월 연속 확장하고 있지만 과거 10년 넘게 호황이 지속된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미국 경제 자체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잘못된 정책이나 외부 충격으로도 머지않은 장래에 경기가 꺾일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이유로 내년 경기 침체 확률은 20%로, 그리고 2, 3, 4년 뒤 이 확률은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이후 미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2.1%다. 경기확장기 성장률치고는 2차 대전 후 가장 낮다. 그럼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경기가 호조를 보여온 유일한 선진국이 미국이다. 그런 미국이 머지않아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경기침체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이들이 차기 미국 대통령 누구도 경기후퇴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클린턴은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와 사사건건 부딪칠 것이고 자유무역과 이민을 반대하는 트럼프는 리스크만 더 키울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에 이어 2위 경제대국이자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수출이 계속 줄어드는 것도 그렇게 좋은 신호로 읽히지는 않는다. 중국의 9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0% 또 줄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8월(-2.8%)에 비해 감소폭이 훨씬 커졌고 당초 예상보다 악화된 것이다. 특히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주요 수출 상대국에 대한 수출이 일제히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중국 내 부채 증가, 투자 부진, 공급 과잉 등의 이유도 있지만 글로벌 수요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경기둔화와 중국의 수출 감소는 맞물려 있다. 이코노미스트들 예상대로 미국의 경기침체가 조만간 본격 시작되면 중국의 수출은 더욱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이클에서 정작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것은 한국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의 최대 수입국은 한국이다. 지난해 중국은 1700억달러가 넘는 원·부자재와 소재 및 중간재를 한국에서 수입했다. 이렇게 수입한 부품, 중간재 등을 가공해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게 중국의 무역구조다. 대중(對中) 수출의 거의 75%는 이렇게 재수출된다.

미국 경기침체는 중국과 한국의 연쇄적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수출의존도가 높고 특히 대중 수출의존도가 26%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렇지 않아도 활력을 잃어가는 우리 경제에 적잖은 쇼크로 다가올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외환위기 후 가장 큰 시련이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정부나 국회가 이런 가능성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