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KT스퀘어 갤럭시노트7 체험존에 판매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다. / 사진=한경 DB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갤럭시노트7 체험존에 판매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다. / 사진=한경 DB
[ 박희진 기자 ] 13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교환·환불이 시작된 가운데 중고폰 시장에서 구형 프리미엄 스마트폰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갤럭시노트7 이용자들이 "바꿀만한 폰이 없다"며 중고폰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국내 주요 중고폰 판매 인터넷 사이트에선 매물로 나온 구형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우체국 홈페이지에 있는 '모바일 중고 포털'(www.epostphone.kr)에 접속하면 삼성전자 '갤럭시S7' '갤럭시S4' '갤럭시노트5' 등이 품절로 표시돼 있다.

모바일 전문 커뮤니티에도 중고폰을 찾는 글이 올라오고 있지만 '중고폰 씨가 말랐다' '적당한 매물이 없다' 같은 댓글이 달리고 있다

중고폰 수요가 급증한 데는 갤럭시노트7 이용자들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이동통신 3사는 이날부터 오는 12월31일까지 갤럭시노트7의 교환, 환불 서비스를 진행한다.

문제는 많은 소비자들이 환불도 교환도 탐탁치 않은 선택지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교환을 하자니 마음에 드는 스마트폰이 없고, 환불을 받자니 당장 쓸 단말기가 없는 경우다.

우선 소비자들은 출시 2개월이 채 안된 신제품을 쓰다가 다시 구형 스마트폰으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시리즈 전작인 '갤럭시노트5'는 지난해 8월에 출시돼 1년도 더 된 제품이다.

물론 지난달 출시된 LG전자의 'V20', 올 상반기 인기를 끈 '갤럭시S7'과 '갤럭시S7 엣지' 등이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어느 쪽도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소비자들이 갤럭시노트7을 교환할 경우, 마음에 들지 않는 제품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약정까지 걸고 써야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오는 21일 출시되는 애플의 '아이폰7'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이폰은 국내에서 워낙 출고가가 높고 지원금은 적어 초반 시장 분위기를 살피려는 이들이 많다.

환불, 즉 개통 취소도 난처한 상황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제품이 없어 환불을 받으려도 해도 당장 써야할 단말기가 없는 경우다. 갤럭시노트7을 구매하면서 기존에 쓰던 스마트폰을 중고로 처분한 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에 아이폰7을 구매하기 전까지나 내년 상반기 '갤럭시S8'이 출시되기 전까지 중고폰을 쓰며 버티겠다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개통 취소 후 중고폰을 약정 없이 몇개월 간 쓰면서 신형 스마트폰 구매 시기를 살핀다는 것이다.

모바일 전문 커뮤니티인 뽐뿌 게시판엔 현 환불·교환 정책에 불만을 표현하며 임대폰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에 쓰던 제품은 팔고 갤럭시노트7을 구매했다고 밝힌 작성자는 "갤럭시S7 엣지로 강제 교환하는 것과 다른 폰을 중고로 구매하는 것 중 고민"이라며 "삼성전자가 내년에 '갤럭시S8'이 나오기 전까지 임대폰을 제공해줘야하는 것 아니냐"며 토로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