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영상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영상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탈북민 정착을 위한 제도를 개선하고 북한 주민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조속히 갖춰나가기 바란다”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며 통일의 시험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 주민의 탈북을 권유하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대규모 탈북에 대비해야”

지난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언제든 한국으로 오라”고 공개적으로 탈북 권유 메시지를 발신한 박 대통령이 이날 ‘탈북 러시’에 대한 대비책을 강조하고 나선 것엔 두 가지 포석이 깔려 있다. 우선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는 대(對)북 전략의 일환이다. ‘탈북자를 전부 수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거듭 밝힘으로써 북한 내부의 동요를 가속화시켜 김정은 정권을 흔들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심리전이다. 대량 탈북 가능성과 미래 통일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탈북자 관련 제도 정비를 주문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10만 탈북촌’ 건설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일반 주민은 물론 간부층의 탈북이 증가하고 있고, 탈북 동기와 유형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들이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은 폭정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김정은 정권을 향해선 “핵 개발을 멈추지 않으면 국제사회 대북 구도가 더욱 확고해져 최소한의 외교적 관계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외교 봉쇄를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야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에 대해 “대화로 북한의 핵을 포기시킬 수 있었다면 벌써 얼마든지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우리가 대화에 매달리는 것은 우리 국민을 위험에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고 북한에 시간만 계속 벌어주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 노조 강력 비판

박 대통령은 대기업과 공공 노조의 파업을 성토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도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임금을 받는 일부 대기업 노조가 임금을 더 올려달라고 장기간 파업하는 것은 너무나도 이기적인 행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세금으로 운영되고 고용 안정이 보장되는 일부 공공 노조마저 성과연봉제 도입을 거부하며 파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과 관련, “지나치게 과잉 반응해서 법의 취지가 퇴색되고 부작용만 부각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직사회가 김영란법을 핑계로 정상적인 민원인까지 만나기를 거부하는 등의 부작용을 지적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각 부처는 법의 취지에 맞게 우리 사회가 투명해지고,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또 다른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