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감산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1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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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다음 달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구체적인 감산 안에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전문가들은 연말에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점쳤다.

10일(현지시간) ICE선물시장에서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북해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전거래일보다 2.3% 상승한 배럴당 53.1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8월 31일 54.15달러로 마감한 이후 1년 1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기준으로 배럴당 53.73달러까지 오르며 지난해 10월 9일 배럴당 54.05달러까지 오른 이래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1월 인도분 가격은 3.1% 뛴 배럴당 51.35달러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7월 15일(51.41달러) 이후 1년 3개월 만에, 장중 기준으로는 올해 6월 9일 51.67달러까지 치솟은 이래 넉 달 만에 최고였다. 거래량도 최근 100일 평균 거래량보다 42% 늘었다.

올해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갑자기 1년 전 가격을 회복한 것은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생산량을 줄일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OPEC 회원국들이 알제리 알제에서 비공식회동을 하고 OPEC 총 산유량을 하루 평균 75만 배럴(bpd) 줄이겠다는 내용의 감산 안에 합의한 데 이어 OPEC 비(非)회원국들도 감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9∼1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고 있는 제23회 세계에너지총회에서 사우디와 러시아 등이 연일 감산에 긍정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에너지총회 연설에서 "러시아는 생산량을 제한하는 공동 조처에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여타 산유국의 동참을 촉구했다.

칼리드 팔리흐 사우디 석유장관은 이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에너지총회에서 "올해 말까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에 거래되는 것이 상상도 못 할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누레딘 부타르파 알제리 에너지장관은 비회원국의 감산 동참을 기대한다면서 이번 이스탄불 세계에너지총회를 두고 '회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도 유가 상승 쪽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WTI 선물과 옵션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은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브렌트유 선물에 대한 매수포지션은 24% 늘어났다.

BP의 밥 더들리 최고경영자(CEO)는 OPEC 회담의 영향으로 올해 말 유가가 배럴당 55∼6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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