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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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진 기자 ]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글로벌 판매를 중단하면서 하반기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7'도 혁신 부족과 기기결함 논란에 둘러쌓여 있어 '갤럭시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최근 출시된 중고가 스마트폰이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층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11일 갤럭시노트7의 글로벌 판매를 잠정 중단키로 결정했다. 최근 국내외에서 교환된 새 제품에서도 잇따라 발화 사고가 발생하자 판매를 중단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타제품으로의 교환 및 환불 등 판매 중단에 따른 후속 조치를 이동통신사와 협의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달부터 국내 신규 판매를 다시 시작한 갤럭시노트7은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했다. 판매 재개 첫 주말인 지난 1~2일에만 3만대가 넘는 판매 실적을 올렸다. 돌아온 갤럭시노트7 덕분에 그동안 침체돼 있던 이동통신시장도 모처럼 활기를 되찾는 듯했다. 갤럭시노트7 사태가 번진 지난달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인 47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갤럭시노트7이 판매 중단이란 거대 암초에 부딪히자 이통 업계는 후속 조치 마련과 함께 하반기 판매 전략 수정에 분주한 모습이다. 갤럭시노트7과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고가 요금제를 많이 써 이통사들이 치열하게 유치전을 펼치는 대상이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오는 14일 오전 9시부터 '아이폰7' 사전예약을 시작한다. / 사진=SK텔레콤 직영 온라인몰 'T월드다이렉트' 캡쳐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오는 14일 오전 9시부터 '아이폰7' 사전예약을 시작한다. / 사진=SK텔레콤 직영 온라인몰 'T월드다이렉트' 캡쳐
현재로선 갤럭시S·갤럭시노트 시리즈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대산맥을 이루는 아이폰이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은 오는 21일 국내 에서 출시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14일부터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의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 일부 휴대폰 판매점에서 이미 자체 예약을 받고 있을 만큼 가입자 유치전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업계에선 경쟁 제품인 갤럭시노트7의 판매가 중단되면서 아이폰7이 당초 예상보다 더 큰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의견이 많다.

이통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갤럭시노트7이 판매 재개 이후 인기를 끈 건 프리미엄 시장에서 별다른 대안이 없었던 영향도 있다"며 "갤럭시노트7 사태가 극단적인 상황으로 갈 수록 아이폰7은 반사효과를 더 많이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아이폰7의 국내 흥행 성적을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 아이폰7은 애플의 안방 시장인 미국을 제외하면 출시 국가들에서 전작만큼의 인기를 끌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GfK는 "미국을 제외한 중국, 호주 등 1차 출시국 첫 주말 판매량은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6S보다 25% 줄었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아이폰7 시리즈 공개 당시 업계에선 전작 대비 혁신 수준이 높지 않다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기기결함과 폭발 이슈도 있다.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전문지들은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에서 '쉭(hissing)'거리는 소음이 나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엔 미국에서 배송 중인던 아이폰7 플러스가 폭발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애플과 배송을 맡은 UPS 측 모두 사고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출고가 64만9000원인 '갤럭시A8'(왼쪽)과 56만8700원인 '루나S'.
출고가 64만9000원인 '갤럭시A8'(왼쪽)과 56만8700원인 '루나S'.
기기 결함, 혁신 부족 등 각종 논란에 뭇매를 맞고 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대신 가성비 높은 중고가폰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제품 교체 시기가 돌아왔으나 갤럭시노트와 아이폰 중 결정을 내리지 못한 소비자들이 기존과 다른 제3의 선택지를 뽑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50~70만원대 가격에 프리미엄급 성능을 탑재한 중고가 스마트폰은 프리미엄폰과 중저가폰 사이 틈새시장을 노린 제품들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A8', SK텔레콤의 '루나S', 소니의 '엑스페리아 XZ' 등이 해당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V20'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반응이 특별히 폭발적이진 않다"며 "애플 마니아를 제외하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소비자층이 기존과 전혀 다른 제품군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판매 중단에 따른 조치로 갤럭시노트7을 '갤럭시S7' '갤럭시S7 엣지'로 교환해주는 방식을 채택할 경우 해당 제품들의 인기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 미국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갤럭시노트7을 갤럭시S7 또는 갤럭시S7 엣지로 교환해주거나 전액 환불해준다고 밝혔다. 국내 이통 3사와 삼성전자가 협의 중인 후속 조치 방안도 비슷한 방식일 것으로 보인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