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를 주거공간으로 전환하는 사업은 중·저소득층에 합리적 가격의 주택을 공급해 생산 인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뉴욕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 위 리브’ 실내 모습.
오피스를 주거공간으로 전환하는 사업은 중·저소득층에 합리적 가격의 주택을 공급해 생산 인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뉴욕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 위 리브’ 실내 모습.
미국과 유럽에서는 도시의 부족한 주택을 확보하기 위해 오래된 오피스 건물을 임대 아파트나 분양형 아파트로 용도 전환하는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 사업은 1990년대 중반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맨해튼에는 약 930만㎡의 오피스 건물이 있었지만 공실률이 25%나 됐다.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주거용 전환 사업을 추진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당시 디벨로퍼인 도널드 트럼프가 오피스 건물을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앤드 타워’라는 현대식 고층 주거 건물로 바꿔 큰 성공을 거뒀다.

시카고에서는 1996년 오피스 건물인 ‘시카고 모터 클럽’과 ‘싱어 빌딩’이 분양형 아파트로 전환됐다. 이 사업이 전례가 돼 20년 동안 시카고에서 30개 건물이 주거용 건물로 바뀌었다. 필라델피아에서도 25년여 동안 약 65만㎡ 오피스(시 오피스 물량의 10% 이상)가 주거용 건물 내지 호텔로 개조됐다.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이 사업이 전개됐다. 지금 미국의 절반 이상 도시에서 업무지구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사업이 진행 중으로, 개략 1만1500동의 건물이 주거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프랑스, 영국, 호주에서도 오피스를 주거 용도로 바꾸는 사업이 한창이다. 프랑스 파리시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25만1000㎡ 규모의 오피스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합리적 가격의 주택을 공급해 도시 내에 사회적 다양성을 증가시키려는 개념이 담겨 있다.

영국 정부는 2013년부터 선도 시범사업으로 하던 프로그램을 2015년에는 영구적으로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에 약 4000개 건물이 영국 전역에서 인센티브 혜택을 받고 주거용으로 전환 중이다.

호주는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의 중심지역 오피스 37만2000㎡를 2018년까지 개조하고 있다. 이 중 80%는 주거와 호텔로 변신 중이다.

[한경 BIZ School] 업무용 빌딩을 아파트로…미국·유럽 도시 '변신'
다운타운에 거주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도시 근로자와 회사가 원하는 오피스 공간 개념이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기술 혁신과 통신 발달 등으로 면적 조절이 가능해지면서 컬래버레이션이 가능한 공간의 선호도가 늘고 있다. 오래되고 진부한 오피스 건물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선진국 도시에서 최근에 이뤄지고 있는 이 사업 유형을 보면 주변 시세에 맞는 임대 수입을 올리면서 리테일 시설과 복합화하거나 고급형 분양 아파트 사업을 전개하거나, 근로자를 위한 적절한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 등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영원한 사업 모델은 없다. 하지만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사업은 지역 비즈니스 매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오래된 오피스는 A급 오피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대 유치가 어렵다.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전환해 최적의 효용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뉴욕의 맨해튼 오피스 시장은 수요가 많고 공급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지역은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개조하는 사업이 줄어든다. 주거용 전환은 단기적으로 합리적 가격의 오피스 부족 현상을 초래한다. 오피스와 주거시장 양자가 광범위한 개조사업을 통해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주거용으로 전환하더라도 오피스 임대료가 오르지 않는 현지 부동산 시장 펀더멘털이 중요하다.

주거용 전환 사업은 그 증가 폭이 낮아질 수는 있겠지만 부동산 사업 펀더멘털에서 당분간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도심에서 주거 공간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의 대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임대료 수준이 형성되고 있다. 동시에 다운타운 핵심 지역에서 개발 사업을 할 때 땅값과 건축비 상승은 영원한 장애요인이다. 그만큼 기존 오피스를 재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미국 부동산관리자협회에 따르면 미국에는 이용할 수 있는 오래된 오피스가 1700만㎡ 정도 여유가 있어 재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800만㎡의 오피스는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상태로, 이 역시 주거 전환 사업이 가능한 대상이라는 통계도 있다. 서울도 오피스 공실률이 8%나 된다. 서울시 전체 오피스 면적이 약 5500만㎡이니 약 440만㎡가 공실이라는 얘기다. 특히 도심권 공실률은 약 8.6%로 더 높다. 당분간 공실률은 내려가기 힘들어 보인다. 상대적으로 서울의 오피스가 주거용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높다고 봐야 한다.

주거 전환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금 공제가 관건이다. 또 오래된 건물이라도 주거 전환 사업에 적합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적절한 용적률을 활용하지 못하는 오래된 건물은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입지도 중요하다. 주택 수요가 존재하는 곳에 위치해야 한다. 지역 주민이 환영하는 분위기도 조성돼야 한다. 이 사업이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성장한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부동산 사업은 혁신과 창의성이 강한 디벨로퍼 능력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오피스 공유 회사인 위 워크는 ‘우리는 아파트에 산다(We Live Apartments)’라는 콘셉트로 공유 오피스에 공유 주거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뉴욕시의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 위 워크(Brooklyn Navy Yard We Work)가 대표 사례다. 이 회사는 위 리브(We Live) 사업을 성장전략의 중심축으로 보고 2018년 회사 수입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래된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사업은 중·저소득층에 합리적 가격의 주택을 공급해 도시가 다양한 능력을 지닌 생산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글로벌 도시 간 경쟁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민간이 보유한 오래된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사업이 필요하다.

한국도 오래된 오피스를 주거 공간으로 전환,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함께 거주하며 도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유도하는 정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최민성 < 델코리얼티그룹 대표 >